
2013년 9월7일 미국 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와 애리조나 경기. 샌프란시스코 선발 투수 유스메이로 페티트는 3-0으로 앞선 9회말 2사에서 마지막 타자 에릭 차베스와 마주했다. 26명의 타자를 완벽하게 막아낸 페티트는 퍼펙트 게임에 아웃카운트 한 개를 남겨 놓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차베스에게 우익 펜스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맞았다. 팀 역대 두 번째이자 메이저리그 24호 퍼펙트 게임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기회는 허무하게 날아갔다.
심판의 오심으로 다잡은 퍼펙트 게임을 놓친 비운의 투수도 있다. 2010년 6월3일 디트로이트와 클리블랜드 경기에서 디트로이트 선발 투수 아르만도 갈라라가는 9회말 2사에서 1명의 타자만 잡으면 퍼펙트 게임을 달성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타자를 1루앞 땅볼로 잡고도 1루심의 명백한 오심으로 세이프가 선언됐다. 백악관까지 나서 “판정이 번복돼야 한다”고 힘을 실어줬지만 오심은 정정되지 않았다.
퍼펙트 게임은 선발 투수가 한 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고 승리를 이끌어야 달성할 수 있는 대기록이다. 볼넷과 안타뿐 아니라 실책에 따른 출루조차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 150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도 23번만 나왔을 뿐이다. 80년 넘는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총 15차례만 달성됐다. 1982년 출범한 KBO리그에선 40년 동안 한 번도 없었다. 2군에선 이용훈 NC 코치가 롯데에서 뛰던 2011년 9월17일 한화전에서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적이 있지만 1군에선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안타를 1개도 맞지 않는 노히터만 14차례 기록됐다.
SSG 랜더스의 외국인 투수 윌머 폰트가 NC와의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의 완벽한 투구를 했다. 하지만 타자들이 1점도 뽑지 못하고 경기가 연장전으로 접어드는 바람에 KBO리그 첫 퍼펙트 게임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폰트가 연장 10회에 구원투수와 교체돼 마운드를 내려가자마자 SSG 타선이 폭발했다. 퍼펙트 게임은 투수 실력만으론 해내기 어렵다는 걸 새삼 절감한다. 대기록이 무산된 건 아쉽지만 그래서 퍼펙트 게임이 더 가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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