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심정민 공군 소령. 지난 1월 11일 F-5 전투기를 몰고 수원 공군기지를 이륙했다가 화재가 발생, 이륙 2분 24초만에 추락해 순직한 젊은 조종사다.
심 소령이 조종했던 F-5는 1986년부터 36년간 운용된 노후 기체였다. 현대 공중전의 특징인 가시거리 밖 교전 능력을 갖추지 못한 기종이지만, 공군은 2020년대 말까지 해당 기종을 계속 사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드러난 공군의 노후 전투기 운용 실태는 상당한 파장을 낳았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당선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노후 전투기를 서둘러 교체해 공군력을 증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는 5월 출범할 차기 정부에서 노후 전투기의 조기 교체 사업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F-35A 20대 추가 도입 가능성
현재 공군이 보유한 노후 기종은 F-4, F-5 100여대다. 공군 전투기 410여대 중 20%가 넘는 수준이다.
F-4와 F-5는 1970년대 중반부터 도입됐다. 운용한 지 30∼40년이 된 기체다. 일반적으로 전투기 수명이 30년인 점을 고려하면 퇴역해야 할 시기가 지난 상태다.
하지만 현재 전투기 보유 숫자가 공군의 적정 전투기 규모(430대)보다 낮아 퇴역이 쉽지 않다. 연말에는 380여대, 2024년에는 360여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적정 대수보다 최대 70대가 부족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노후 기체들은 비행시간 통제, 예방정비 및 점검 강화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다른 기종의 부담 및 예산 증가와 더불어 조종사들이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위험에 계속 노출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공군도 노후 기체의 조기 퇴역을 위한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선에서 노후 기종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만큼 차기 정부에서 관련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F-35A 스텔스 전투기 20대 추가 도입이다. 군 당국은 수년전부터 F-35A 20대 도입을 위한 F-X 2차 사업을 추진해왔다. 공군도 F-35A 20대 구매를 강하게 원했으나 관련 사업 추진 속도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직후 공군 F-35A 28대가 최대 무장을 장착하고 활주로에서 밀집 대형으로 이륙 직전 단계까지 지상 활주를 하는 ‘엘리펀트 워크’ 훈련을 실시하는 등 대북 무력시위의 선봉 역할을 하면서 F-35A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F-35A는 강력한 스텔스 성능과 정보 융합 기능 등을 갖추고 있어 북한과 중국, 일본 등의 공중 위협에 맞설 전력으로 꼽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후로 핀란드, 스위스, 독일, 캐나다가 F-35A 도입을 결정한 것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소식통은 “F-35A 추가 도입은 기존에 세운 계획도 있으니 차기 정부에서도 추진될 것”이라면서도 “순조롭게 추진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FA-50 경공격기 추가 확보 사업은 논란을 빚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FA-50은 지상군에 대한 근접항공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실전배치 직후부터 지적됐던 공격력 문제가 여전하다. MK-82 폭탄과 한국형 유도폭탄(KGGB), AGM-65 공대지미사일 등의 탑재무장들은 사거리가 짧다. 수명이 지난 노후 F-5를 비슷한 성격의 기체로 바꾸는 효과에 그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선에 가까이 접근한 러시아 전폭기가 우크라이나 지대공미사일에 피격되는 사례들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적과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해야 공격이 가능한 FA-50이 북한 방공망을 뚫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차기 정부의 출범에 맞춰 공군 전력을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차기 정부가 국방개혁을 추진할 때, 공군 전투기의 적정 규모에 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투기 성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고, 그에 따른 대당 가격도 치솟는 상황에서 410여대의 전투기를 갖추는 것은 쉽지 않다. 전투기의 질적 측면을 감안해 전투기 보유 적정 규모를 다시 산정하고, 그에 맞는 공군 전력 구조를 설정하는 작업을 차기 정부가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기경보기·상륙공격헬기 등도 주목
한반도 유사시 영공 감시의 핵심 전력으로 평가받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 2차 사업도 군 안팎의 관심을 받고 있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 2차 사업은 지난해 말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뤄진 2022년도 예산심사에서 2600만 원만 남긴 채 3283억 원이 삭감됐다. 사업이 백지화되지 않는 수준에서 명맥을 이어갈 수준만 남았다.
후보 기종 중에서 E-737(보잉)은 군의 요구성능(ROC)을 충족하는 유일한 기종으로 알려져 있다. 360도 감시와 더불어 기체 전방과 후방에 대한 감시도 군이 필요로 하는 수준을 충족한다는 평가다. 한국 공군이 이미 4대를 운용하고 있어 후속군수지원이나 교육훈련 등의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하지만 성능이 우수해도 제작사인 보잉이 가격 등의 요소에서 방위사업청이 요구하는 사항을 만족하지 못한다면,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사업추진기본전략이 수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보잉도 B-737을 쓰던 기존 플랫폼의 교체를 포함해 대당 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의 상륙작전을 지원하는 상륙공격헬기 사업의 재검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KAI가 수리온, 소형무장헬기(LAH)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할 상륙공격헬기는 마린온 상륙기동헬기를 기반으로 기관포, 로켓, 공대지·공대공 미사일 등을 장착할 예정이다.
하지만 기동헬기를 개조한 형태보다는 전용공격헬기가 더 적합하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020년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승도 당시 해병대사령관은 “해병대가 요구한 것은 공격 헬기다. 저희는 기동성과 생존성이 우수한 헬기, 마린온에 무장을 장착한 헬기가 아닌, 공격 헬기로서 운용되는 헬기를 원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정권이 교체되면 1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대형 무기도입사업은 새롭게 검토되는 경우가 있다.
문재인정부도 출범 직후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이 천궁 지대공미사일 양산 계획을 변경하려 시도하기도 했다.
윤석열 당선인도 취임 직후 유·무인 복합체계나 사이버,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한국형 3축 체계’ 구축 등에 우선 순위를 놓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 출범 직후 기존 전력증강 계획의 조정 여부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