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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는 일본 땅”… 日 교과서 역사 왜곡 어느 수준인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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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01 07:00:00 수정 : 2022-04-01 08: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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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일선 학교에서 사용되는 것을 목표로 일본 문부과학성에 검정을 신청한 일본 고교 교과서에 한국 영토인 독도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로 표기돼 있다. 연합뉴스

“다케시마(竹島)와 북방영토가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라는 사실 등 우리나라의 영역을 둘러싼 문제도 다룰 수 있도록 할 것.”

 

“우리나라가 고유 영토인 다케시마와 북방영토에 관해 남아 있는 문제의 평화적 수단에 의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 등을 다룰 것.”

 

2018년 고시된 일본의 고등학교 ‘학습지도 요령’ 중 일부다. 학습지도 요령은 일본 정부가 학생에게 가르쳐야 하는 최소한의 학습 기준을 말한다. 학습지도 요령에 포함된 내용은 교과서 등을 통해 필수적으로 가르쳐야 하는데, 독도에 대해서는 일본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가르치라고 정해놓은 것이다. 최근 일본은 고교 2학년 이상이 사용할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는데,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서는 일본 정부의 왜곡된 역사관을 고스란히 찾아볼 수 있다. 일본 교과서에 실린 독도·강제 동원·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술을 모아봤다.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한국이 불법 점거”

 

1일 교육부와 동북아역사재단 등에 따르면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중 20종(일본사 탐구 7종, 지리총합 1종, 지리탐구 3종, 정치·경제 6종, 공공 1종, 세계사 2종)에 독도 영유권 주장이 기술돼있다. 20종은 모두 독도가 1905년 일본에 편입됐다고 기술했다. 또 11종은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언급했고, 9종은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썼다.

 

도쿄서적의 교과서는 “독도는 1905년에 정부가 귀속을 국내외에 선언하고, 국제법에 따라 시마네 현에 편입한 일본 고유의 영토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이 발표되기 직전인 1952년 1월부터 한국이 일방적으로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해양경찰대를 설치하거나 등대와 부두 등을 건설하거나 하여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 일본은 여기에 항의하고, 국제사법재판소로의 공동제소를 세 번이나 제안하였는데, 한국이 응하지 않은 채 현재에 이르렀다”고 썼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교과서들은 독도가 일본 고유의 ‘합법적인’ 영토이며, 일본은 독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스캔출판은 “일본 정부는 늦어도 17세기 중반에는 독도의 영유권을 확립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이듬해인 1905년에 이 섬을 ‘오키도사(隠岐島司)의 소관’(현재의 시마네 현)으로 하고, 또한 ‘독도’라고 명명하는 각의 결정을 하였다. 이 결정은 일본의 독도 영유 의사를 재확인한 것이었다. 독도에 관하여 남아 있는 문제에 대하여 일본은 평화적인 수단을 통한 해결을 향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미즈서원의 교과서도 “(독도는) 1950년대부터 한국이 일방적으로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여 영토문제가 되었다. 일본 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로의 위임을 제안하여 평화적 해결을 도모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거부하고 있다”고 썼다. 이밖에 야마카와 출판은 “1905년에는 다른 나라의 영유권이 주장되지 않았음을 확인한 후 독도를 일본 영토로 편입하였다”고 서술했다.

 

시미즈서원의 교과서는 검정 신청 전 독도를 서술할 때 “시마네현에 속하는 독도는∼”이라고 썼다가 검정 과정에서 “학습지도 요령에 제시된 내용의 취급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고 “시마네현에 속하는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로 메이지기에 국경을 획정하였는데∼”라고 수정하기도 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한층 강조한 것이다.

 

지난 29일 오후 일본 문부과학성의 한 회의실에 검정을 위해 각 출판사가 제출한 고교 역사 교과서 등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조선인 노동자 ’강제 동원’ 아닌 척…강제성 지우기

 

조선인 노동자 강제 동원 관련 기술에서도 일본 정부의 견해가 적극 반영됐다. 짓교의 교과서는 “조선인의 일본 연행은 1939년 모집형태로 시작돼 1942년부터는 관 알선에 의한 강제연행이 시작됐다. 1944년에는 국민징용령이 개정 공포되어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강제연행 실시가 확대되어...”라고 썼다가 검정 과정에서 지적을 받은 뒤 ‘강제연행’이란 단어를 모두 뺐다. 최종 교과서에는 “조선인의 일본 동원은 1939년 모집형태로 시작되어 1942년부터는 관 알선에 의해 이뤄졌다. 1944년에는 국민징용령이 개정 공포되어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동원대상이 확대되어...”라고 실렸다.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로 끌려간 것이 아니라 일본의 '모집', ‘알선’에 스스로 응했다는 뉘앙스다.

 

야마카와 교과서는 “조선인과 점령하의 중국인도 일본에 연행되어 광산이나 공장 등에서 노동을 강요당했다“고 썼다가 지적을 받고 “조선인이 징용됐고, 점령하 중국인도 일본 본토에 연행되어 광산과 공장 등에서 강제로 노동하였다”고 수정했다. 중국인은 강제로 끌려가 노동을 했다고 쓰면서도, 조선인에 대해서는 이런 사실을 뺀 것이다.

 

서울 성북구 분수마루 평화의소녀상에 빗물이 흐르고 있다. 뉴스1

◆‘일본군 위안부’에서 ‘일본군’ 지우기 노력

 

일본군 위안부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군의 관련성을 지웠다. 짓교의 교과서는 “1991년에는 전시 중 일본군 위안부 제도에 희생된 한국인 여성이 증언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조사를 실시해 1993년에는 정부로서 위안부 제도에 대한 군의 관여를 인정하고...”라고 썼다가 “전 위안부인 한국인 여성이 증언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조사를 실시해 1993년에 정부는 위안소 설치·관리, 위안부 이송에 군이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했음을 인정하고...”라고 수정했다. ‘일본군 위안부’를 ‘위안부’로 고쳐 군과의 연관성을 줄이고, 일본군 위안부 제도 자체가 아니라 이송 등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했다며 일본의 역할을 축소한 것이다. 또 “일본군이 관리하는 위안소가∼”라는 문장도 있었으나 검정 과정에서 '관리’는 '관여'로 수정됐다.

 

이 밖에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민비 살해’로 표기하거나,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 동원 피해자 문제가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쓴 교과서도 있었다.

 

30일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일본 고교 검정교과서 내용 분석 전문가 세미나를 하고 있다. 일본은 29일 고교 2학년생 이상이 내년부터 사용하는 239종의 교과서가 검정 심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일부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우리나라) 고유 영토"라는 기술이 포함됐다. '강제 연행'은 '동원'이나 '징용'으로 수정했다. 연합뉴스

◆일부 교과서는 일본 정부 견해 에둘러 비판

 

일부 교과서에서는 일본의 입장만을 전달하려 하는 일본 정부의 방침을 비판하는 대목도 발견됐다. 다이이치 교과서는 “일본 국내의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이를 보충하기 위해 다수의 조선인을 강제연행했다”라고 썼다가 이를 수정하라는 지적을 받자 “2021년 4월 일본 정부는 전시 중 조선반도에서 노동자가 온 경위는 다양해 ‘강제 연행’이라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각의 결정을 했으나, 실질적으로는 강제연행에 해당하는 사례도 많았다는 연구도 있다”는 각주를 달았다. 정부는 강제연행이라고 보지 않지만, 강제연행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검정을 위해 제출된 일본 고교 교과서에 "많은 여성이 위안부로서 전지에 보내졌다"(붉은 원, 다이이치가쿠슈사 일본사탐구), "일본의 식민지·점령지 여성 중에는 '위안부'로서 전장에 보내진 사람도 있었다"(붉은 밑중, 짓쿄출판 세계사탐구)는 설명이 실렸다. 이는 누가 피해자를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했는지나 피해자들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성 노예 취급을 당했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서술이다. 이들 서술은 29일 완료된 검정에서 수정 없이 합격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야마카와, 짓교의 일본사탐구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군의 관여와 동원의 강제성을 기술했다. 야마카와는 “전장에 설치된 일본군 대상 ‘위안 시설’에는 일본∙중국 등에서 여성을 모아 ‘위안부’ 생활을 강요했다. 강제로 또는 속아 끌려온 예도 있다”, 짓교는 “중일전쟁 발발 이후 일본군의 관여로 설치‧통제된 위안소에서 위안소가 전지에 설치되어 다수의 여성이 ‘위안부’로 일본군 병사의 성 상대를 강요당했다”고 썼다.

 

한편 교육부는 일본의 이번 검정 결과 발표에 대해 “자국 중심의 역사관에 따라 역사를 왜곡하고 사실 그대로 기술되지 않은 교과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검정결과에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지난 3·1절 기념사를 통해 ‘한·일 양국 협력은 미래세대를 위한 책무이며,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 앞에 겸허해야 한다’고 제안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역사 왜곡이 그대로 드러난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과 영토주권 주장을 바로 잡기 위해 초·중등 학생을 포함한 대국민 역사교육 및 독도 교육을 강화할 것이며, 관계기관 및 민간·사회단체 등과 협력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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