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료원 조사 결과 87%가
“완치 1년 뒤에도 후유증 경험”
가슴통증·탈모·자율신경장애…
발현되는 증세도 천차만별
잔존 바이러스·면역반응 추정
정확한 원인·치료법 아직 없어
후유증 대응할 의료체계 시급

직장인 A씨는 지난달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후 격리해제된 지 3주가 넘도록 가슴 답답함과 두통,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다. 기침, 가래, 콧물도 계속 나와 이비인후과에서 약 처방을 받았다. 이후 내과를 찾아 혈액검사, 심장초음파 등 각종 검사도 했지만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의사선생님이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몸이 안 좋아진 것 같다며 증상에 맞는 약 처방 외 별다른 방법은 없다고 했다”며 “코로나19 확진 때도 그렇고, 격리 해제 후까지도 약을 계속 먹고 있다”고 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후유증을 겪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1∼2주 내 증상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한 달 이상 후유증이 계속되는 ‘롱 코비드’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80% 이상이 후유증을 겪는다는 일부 조사 결과를 고려하면 규모가 작지 않을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후유증 다양
2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 후 최소 2개월 이상 다른 진단명으로 설명할 수 없는 증상이 지속되면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정의하고 있다. 증상은 피로감, 가슴 통증, 숨가쁨, 인지장애, 기침, 후각·미각 상실, 발열, 우울·불안 등 다양하다.
B씨는 “7일 격리 후 출근했지만 3일 만에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결국 조퇴하고 링거를 맞았다”며 “무기력함을 가장 많이 느낀다”고 전했다. C씨는 기침이 시도 때도 없이 나와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그는 “회사에서나 출퇴근할 때 대중교통에서는 기침이 안 나오게 항상 사탕을 물고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감염 후 자율신경조절장애 진단을 받는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두통, 이명, 팔다리 저림, 불면 등의 증상으로 신경과 검사를 받았다. 자율신경조절장애 진단을 받았다는 D씨는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정리가 잘 안 돼 있어 의사도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해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며 “코로나19가 누군가에게는 매우 힘든 병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완치 1년 뒤까지 증상을 겪기도 한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코로나19 완치자 47명을 관찰·조사했는데, 완치 1년 뒤 한 번이라도 후유증을 경험한 사람이 87%로 나타났다. 증상은 피로감(57.4%·중복 응답), 운동 시 호흡곤란(40.4%), 탈모(38.3%), 가래(21.3%) 등이었다.
방역 당국도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해 조사해 왔다. 방대본은 “감염자 증가에 따라 체계적으로 축적한 정보를 모아 연구할 필요가 있어서 기존 연구에 설문과 검진, 임상 기반으로 후유증 연구를 진행했다”며 “민관 협력을 통해 감염자 데이터를 모아 보고 있다”고 밝혔다. 50대 미만 성인을 대상으로 오미크론 유행으로 인한 후유증도 분석할 계획이다.

◆“아프면 진단·처방받아야… 예방도 중요”
코로나19 후유증의 원인에 대해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몸이 침투한 바이러스와 싸우느라 나타나는 면역반응이나 바이러스로 인한 염증 반응으로 추정된다.
당뇨, 고혈압, 만성호흡기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으면 바이러스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아 후유증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치료는 정해진 것이 없고 증상에 따라 약 처방 등 대증요법을 쓴다. 호흡곤란, 발열 등이 지속되면 2차 감염 가능성이 있기에 병원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하은혜 명지병원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 센터장은 “증상에 따라 혈액검사는 물론 폐기능검사와 엑스레이, CT 등 필요한 검사와 관찰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대응 방법 안내로 불안을 줄이고, 후유증을 줄일 수 있게 의료체계도 정비해야 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진자에게 치료제를 신속하게 투여해 코로나19를 약하게 앓고 넘길 수 있게 미리 노력해야 한다”며 “국민에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감기가 잘 걸리듯 코로나19도 마찬가지”라며 “평소 꾸준히 운동하고 햇볕을 쫴 비타민D를 보충하며, 필요한 경우 보조제를 먹는 것 등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