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군사위원장도 “불가능하지 않아”
폴란드·오스트리아 등은 회의적
군대 상호 운용성 합의 등 숙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연합(EU) 차원의 군대 창설을 둘러싼 논의가 재점화했다. EU가 이제 정치·경제 통합을 넘어 군사 통합을 위한 집단방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EU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달리 안보동맹이 아니다.
영국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EU군 창설 필요성을 역설하며 논의에 불을 지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달 초 TV 연설에서 “EU 방위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나토나 미국의 보호에 의존할 수 없다”면서 EU군 창설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 마크롱 대통령은 EU군 창설에 대한 연구 자금을 늘리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클라우디오 그라치아노 EU 군사위원장도 20일(현지시간)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 인터뷰에서 EU의 연간 국방비 지출이 2500억유로(약 335조5025억원)가 넘어 러시아보다 많지만 집단방위는 27개 회원국 중 21개국이 가입돼 있는 나토가 책임지는 점을 지적하면서 군사 통합 가능성을 열어 뒀다.
그라치아노 위원장은 “군대를 통합하는 건 매우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며 “그것은 정치적 의지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EU 군사위는 EU 이사회의 정치·안보위원회에 군사 문제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는 기구다.

EU는 2025년까지 병력 5000명 규모인 신속대응군 형태의 군대를 만든다는 계획을 이미 세워뒀지만 회원국 간 의견 일치는 보지 못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 발언에 대해 피오트르 글린스키 폴란드 부총리는 “EU군은 유럽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카를 네하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정치적 의지 부족을 이유로 들면서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이 때문에 우선 EU 회원국 군대 간 상호 운용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라치아노 위원장은 “미군이나 러시아군과 달리 EU는 주력 전차(MBT)가 한 종류가 아닌 17종에 달해 유지·보수, 연합훈련 등에 큰 문제를 야기한다”면서 “EU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선 할 수 있는 건 상호 운용성을 개선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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