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헌정보학회 회장을 지낸 문헌정보학계 원로이자 민화 작가로도 유명한 한복희 충남대 명예교수가 21일 별세했다. 향년 76세.
고인은 이화여대 도서관학과(현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러프버러대에서 문헌정보학으로 석사,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1981년 충남대 도서관학과(현 문헌정보학과)에 전임강사로 부임해 2011년 2월 교수로 정년퇴임할 때까지 연구와 후학 양성에 매진했다.

책과 관련한 여러 분야 중에서도 고인은 특히 독서를 통한 치료 및 치유에 천착했다. ‘독서클리닉의 이론과 실제’(2004), ‘상황별 독서목록’(2006), ‘대학생을 위한 독서치료’(공저·2010), ‘독이 되는 동화책 약이 되는 동화책’(2014) 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독서치료에 대한 학계와 대중의 이해를 넓혔다. 1999년 한국독서클리닉연구회 회장을 맡고 2000년대 중반 충남대에 설치된 한국독서클리닉센터를 이끈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고인은 학문과 별개로 우리의 아름다운 민화에 관심이 많아 직접 작가로 활동하며 전시회도 활발히 열었다. 그의 작품들은 ‘자연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과 따스한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생동감이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생전에 언론 인터뷰에서 고인은 “민화는 우리나라 특유의 삶과 전통, 생활상 등을 엿볼 수 있다”며 “민화 작업은 생명으로 가득한 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삶을 조화롭게 담아내는 일”이라고 민화 예찬론을 편 바 있다.
문헌학자답게 고지도(古地圖)에도 조예가 깊어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마을 지도를 그림으로 재현하는 작업을 왕성히 벌였다. 2016년에는 조선 후기 지방지도 강원도 편에 속한 15개 시군을 모두 필사한 작품들로 ‘한복희의 강원도 고지도전(展)’을 열기도 했다.
대학을 떠난 뒤로 고인은 강원 춘천에서 살며 지역사회와 깊은 관계를 맺고 봉사하는 삶을 살았다. 춘천 소양정보도서관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치유적 책읽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ICU사이버평생교육원 산하 ICU춘천학습관 대표를 맡은 것 등이 대표적이다.
유족으로 남편 이동훈씨(전 육군사관학교 교수부장), 자녀 이서현(서울대 강사)·석원씨(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박사 수료), 사위 오세욱씨(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등이 있다. 빈소는 춘천장례식장, 발인 25일. (0507)1477-4444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