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을 향해 몸을 던지는 거미처럼
쓰러진 고목 위에 앉아 지저귀는 붉은가슴울새처럼
울부짖음으로 위험을 경고하는 울음원숭이처럼
바람 불 때마다 으악, 소리를 내는 으악새처럼
불에 타면서 꽝꽝 소리를 내는 꽝꽝나무처럼
단 한마디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나는
평생을 뒤척였다
-계간지 ‘창비’(2022년 봄호) 수록
●천양희 시인 약력
△1942년 부산 출생.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마음의 수수밭’, ‘오래된 골목’, ‘너무 많은 입’,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새벽에 생각하다’, ‘지독히 다행한’ 등이 있음. 이육사시문학상, 만해문학상, 박두진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 다수 수상.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