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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드라마 인기? 대본집 더 인기!

입력 : 2022-03-15 20:22:32 수정 : 2022-03-16 09: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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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가 대본집 열풍

‘그해 우리는’ 예약판매 직후
2권 베스트셀러 1·2위 올라

‘갯마을 차차차’ 5주간 상위권
인기작품들 경쟁적 출간 나서

명대사·장면 글로 감상 매력
‘굿즈’처럼 소장에 의미 부여도
인기 드라마의 대본집이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사진은 최근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대본집들. 각 출판사 제공

“좋아하는 그림을 벽에 걸듯, 좋아하는 드라마를 머리맡에 놓아둘 수 있다면…. 마음을 어루만졌던 드라마는 오래도록 남아 어느 허하고 고된 날 문득 위로로 다가오곤 합니다. 그러다 자연히 내 삶에 의미를 남긴 드라마가 방 안 소중한 곳에 놓여 있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나의 아저씨’ 대본집 중)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인생 드라마’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영상을 재주행하는 대신 대본집을 감상하며 글을 통한 여운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아졌다.

각자의 속도로 명대사를 곱씹으며 찬찬히 대본집을 들여다보는 과정은 드라마 감상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여기에 ‘굿즈’(기념품)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문화 소비 행태가 만나 드라마 대본집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속속 오르고 있다.

15일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올 초까지 드라마 대본집 판매량은 전년 동기간 대비 146.2% 상승했다. 최근 대본집 열풍을 이끈 작품으로는 지난 1월 종영한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이 대표적이다. 김영사가 두 권으로 펴낸 ‘그 해 우리는’의 대본집은 예약판매 시작 직후 베스트셀러 1, 2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7주간 베스트셀러 톱100을 점령하며 약 3만3500여 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신민아·이선호 주연의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북로그컴퍼니)의 대본집도 5주간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오르며 1만8700부가량 판매됐다.

인기 드라마의 대본집이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사진은 최근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대본집들. 각 출판사 제공

이외에도 ‘옷소매 붉은 끝동’(청어람), ‘술꾼도시여자들’(북로그컴퍼니), ‘서른, 아홉’(아르테),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21세기북스) 등 최근 인기 드라마의 대본집들이 경쟁적으로 출간되고 있다. TV 드라마 외에도 ‘좋좋소’, ‘커피 한 잔 할까요?’ 등 웹드라마의 대본집도 인기다. 급기야는 4년 전 방영됐던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세계사)도 뒤늦게 대본집 열풍에 가세해 이날 출간됐다. 특히 이 대본집은 4만9600원이라는 가격에도 지난달 28일 예약판매를 시작하고 약 2주 동안에만 8700여부를 판매하며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드라마나 영화가 인기를 끌면 작품의 원작소설이 인기를 끄는 이른바 ‘드라마셀러’ ‘스크린셀러’ 현상은 예전부터 이어져왔지만, 이처럼 드라마가 종영하기도 전부터 대본집을 예약 판매하고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휩쓰는 현상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 같은 현상은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드라마의 지식재산권(IP)의 확장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OTT 급부상으로 영상 콘텐츠의 위세가 커지며 발생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젊은층이 대본집을 책이라는 오리지널 콘텐츠로서의 가치보다는 일종의 ‘굿즈’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드라마 열성 팬들은 마치 아이돌 음반을 대량 구매하듯 대본집을 2, 3권씩 중복 구매하기도 한다. 즉, 이들에게 대본집은 독서의 의미를 넘어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소장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인기 드라마의 대본집이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사진은 최근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대본집들. 각 출판사 제공

이 때문에 대본집은 출판계에서 새로운 구매층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책을 구매하거나 읽지 않는 독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도서다. 출판사는 ‘굿즈’에 익숙한 이들 구매층을 사로잡기 위해 대본집을 펴내면서 드라마의 명장면을 담은 엽서집이나 방송되지 않은 장면의 대사, 방송 소품 등 관련 상품을 함께 제작하기도 한다. 실제 김영사의 주요 구매층이 아니었던 10·20대 독자들 사이에서 ‘그 해 우리는’ 대본집이 판매량 1위를 차지하며 구매층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대본집이 출판계의 새로운 활로로 부상함에 따라 판권 경쟁도 치열해졌다. 각 출판사는 좋은 드라마나 콘텐츠를 선점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으며, 심지어는 드라마 사전 기획 단계부터 출판사와 제작사가 논의를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대본집 인기에 전문 출판사도 등장했다. ‘갯마을 차차차’와 ‘술꾼도시여자들’ 대본집을 펴낸 북로그컴퍼니는 ‘자백’ ‘연모’ ‘괴물’ ‘비밀의 숲’ ‘아스달 연대기’ 등과 더불어 노희경 작가의 전작을 출간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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