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하우스 앞 바리케이드에서 5중창 공연
1942년 독일 침공 후 80년 만에 찾아든 비극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의 명물인 국립오페라발레극장 앞에 이 오페라단 소속 성악가들이 모여 합창하는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수도 키이우의 국립오페라극장 등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4대 오페라극장 중 한 곳으로 통하는 오데사 오페라극장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 만에 또 마주한 비극에 세계 문화예술 우호가들의 슬픔이 크다.
12일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가 트위터 리트윗 형태로 공유한 동영상을 보면 오데사 오페라극장 앞에서 남녀 가수 5명이 우렁찬 목소리를 중창 공연을 하고 있다. 임시로 무대가 된 곳에는 러시아군 탱크의 진격을 막기 위한 트랩(대전차 장애물)이 설치돼 있어 비장감을 더한다. 성악가들은 야만적인 러시아군으로부터 이 아름다운 도시와 예술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려는 듯 모두 오른손을 들어 왼쪽 가슴 위에 올린 모습이다.
외신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지난 9일 우크라이나 언론인 타냐 코지레바가 촬영해 SNS에 올렸고 이후 리트윗 등으로 통해 널리 퍼지며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코지레바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전면 침공을 개시한 뒤 오데사 오페라하우스 단원들은 모든 연습을 중단했다. 코지레바는 “대신 다른 오데사 주민들과 함께 러시아군의 공격에 대비해 모래주머니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쌓고, 도시 방어 임무에 자원한 입대자들을 먹일 음식을 만들었다”며 “또 정규군 관계자들로부터 소총 사격 등 무기 다루는 법도 배웠다”고 소개했다.

흑해에 면한 항구도시 오데사는 우크라이나의 문화·관광 및 해상운송을 포함한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로 유명하다 풍광이 아름다워 ‘흑해의 진주’로 불리며 일찌감치 예술과 산업이 번창했다. 해안가를 중심으로 고급 리조트들이 많이 들어서 동유럽 최대 휴양도시로 명성이 높았으나,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동시에 한산해졌다.
1810년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오데사 오페라극장은 오랫동안 이 도시의 랜드마크로 통해왔다. 마침 우크라이나 언론이 80년 전인 1942년의 극장 앞 모습, 그리고 바로 지금의 모습을 비교한 사진을 공개해 시선이 집중된다.
2차대전을 일으킨 나치 독일은 당시에는 소련(현 러시아)의 일부였던 우크라이나 오데사를 공격해 치열한 접전을 펼친 끝에 1942년 결국 점령한다. 그 시절 오데사 시민들은 도시의 위대한 문화유산인 오페라극장을 지키기 위해 극장 앞에 바리케이드를 쌓는 등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고 결국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이 건물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꼭 80년 뒤 이번에는 나치 독일이 아닌 러시아의 침공으로부터 방어할 목적에서 다시 바리케이드가 등장했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역사는 되풀이된다”며 “80년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러시아가 침략자라는 점만 차이가 날 뿐”이라고 탄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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