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치던 소년 셰프로
한식 메인 ‘코타 바이 뎐’
엄마표 집밥 향수 밑바탕
패셔너블한 옷 입었지만
맛은 섬세하고 고급스러워
방어 타르트·버섯·부각 등
꿀단지에 담은 4가지 요리
만두·냉이로 속채운 생선전
정성 담은 ‘시그니처 메뉴’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코타 바이 뎐’의 이철호 셰프를 만났다.
코타 바이 뎐은 ‘코리안 타파스 바이 뎐’의 줄임말이다. 한식을 메인으로 내놓는다.
양식을 전공한 이철호 셰프는 요리를 접한 이후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일해왔다.
그럼에도 한식을 주종목으로 하는 공간을 준비한 이유는 어려서부터 타지 생활을 오래해서다.
집밥과 엄마가 해준 음식에 대한 오랜 향수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코타의 요리는 한식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양식의 옷을 입고 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한식에 조금 더 예쁜 옷을 입혀주면 어떨까. 근사한 곳에서 먹는 것처럼 식사하는 경험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셰프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파인 다이닝에서 식사하고 나면 왠지 포만감이 들지 않아 집에 가서 라면이나 밥을 또 먹는 경험이 있을 수 있다. 이철호 셰프는 다이닝의 형태는 가져오지만 고객에 배부르고 얼큰한 한 끼 경험을 주고 싶었다. 식사를 푸짐히 즐겼다는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 코스 요리 중간에 해장국, 공기밥, 김치를 내 마무리함으로써 든든한 느낌을 받도록 하는 데 힘을 쏟은 이유다. 이젠 파인 다이닝을 흉내 내지 않으면서 이철호 셰프의 장점을 상품화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식을 패셔너블하고 스타일리시하게 제공, 소비자들이 ‘한식도 고급스럽게 즐길 수 있구나’ 하게 느끼는 그 지점을 찾고 싶었다.
고급스러운 한식이라면 궁중음식이나 한정식만을 떠올리기 쉬운데 코타만의 한식을 제안하고 있다. 뼈대는 한식이고 퓨전 요리는 아닌 그 지점을 찾아가는 게 지금의 고민이다. 특히 메뉴 개발을 할 때 이상한 한식 퓨전이 되지 않게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미 기존에 한식으로 사랑받고 있는 요리지만 코타만의 터치와 좋은 식재료가 더해진다. 엄마가 정성스럽게 요리하는 느낌으로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는 게 코타의 정신이다.
코타의 음식을 맛보면 매우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터치를 느낄 수 있다. 이는 이철호 셰프의 독특한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철호 셰프는 음악을 전공하는 부모님 영향을 받아 피아노로 예고 진학을 준비하던 소년 시절을 거쳤다. 음식에 대한 섬세한 마무리와 터치는 이러한 어린 시절의 영향이 아닐까. 결국 음악을 공부하며 오랜 시간 노출됐던 어린 시절은 지금의 이철호 셰프의 음식을 완성하는 데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예고 진학이 결정된 어느 날, 조리 고등학교로 진학을 바꾸면서 이철호 셰프의 본격적인 요리 인생이 시작됐다. 혜전대학교 호텔조리학과로 진학하면서 양식 요리를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신라 호텔에 취업해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시작했다. 서울과 제주의 신라 호텔을 경험하면서 프렌치 레스토랑과 뷔페에서 스시 파트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이후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았는데 이 당시에 만난 셰프와 선배들이 요리를 대하는 지금의 시선과 태도를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일이 끝나고 동료들과 함께 원서 요리책을 공부하고 얘기하는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요리하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노동이 아니라 즐겁고 재밌는 작업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시기를 거쳤다. 그리고 예약제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됐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음식을 만드는 정성, 손님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자세를 갖췄다. 요리학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손님과 호흡하고 주방에서 일하던 기억은 이철호 셰프를 다시 주방으로 불러들였다. 현재의 코타 바이 뎐은 이런 과정을 거친 이철호 셰프 자신이기도 하다.
코타의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코타 꿀단지’이다. 꿀벌들이 맛있는 벌꿀을 모으듯 셰프가 4가지 요리를 한 단지에 담아냈다. 첫 요리로 무언가 선물 박스를 받는 행복한 느낌을 준다. 아름답고 보석처럼 빛나는 음식들에 미묘한 한식 터치를 통해서 완전한 한식으로의 여행을 시작하게 하는 메뉴라고 할 수 있다. 코타 꿀단지는 총 4가지 요리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요리는 겨자잎 위에 가쓰오젤리를 올린 방어 타르트로 눈으로 즐기면서 식사를 시작할 수 있다. 두 번째 요리는 백목이버섯 튀김에 표고버섯 퓨레, 버섯 장아찌를 올려서 다양한 식감의 버섯을 한입에 즐길 수 있다. 입안에서 터지는 버섯의 다양한 풍미와 식감이 재밌는 파티처럼 입안에서 펼쳐진다. 세 번째 요리는 아구 간 위에 단새우를 올린 부각이다. 녹진한 아구 간이 부각 위에 올라가서 농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네 번째는 푸아그라 먹물 슈다. 트러플 형태의 푸아그라 슈가 입 안 가득 풍미를 채운다. 두꺼운 나무를 찾아서 장인의 손을 거친 식기를 셰프들이 집접 오일칠까지 해서 만든 코타 꿀단지의 식기는 식사의 처음을 열어주면서 고객을 맞이하는 이철호 셰프의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코타의 두 번째 시그니처 요리는 생선전이다. 도미를 활용한 생선전 위에 달래장과 직접 빚은 손만두 냉이와 새우로 속을 채웠다. 가니시로는 무장아찌 대파장아찌를 곁들이고 조개육수가 같이 제공된다. 냉이 만두는 봄내음이 물씬 올라오는데, 직접 만두피도 숙성해서 만들어낸다. 냉동시키지 않고 만들어 속을 채운 만두는 속이 꽉찬 코타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달래장이 올라간 도미 생선전은 약간 덜 익혀서 제공된다. 모든 해산물은 당일에 들어온다. 선도와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날것의 느낌을 살리지만 슬로 포칭으로 구워내 한국 전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다. 전의 겉과 속의 식감이 다르고 새롭다. 장아찌가 입을 씻어주는 느낌이라 깔끔하고 고급진 마무리가 인상적이다. 생선전이라는 일반적인 음식이 이렇게 고급스럽게 변신할 수 있다니. 셰프의 고민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철호 셰프는 손님을 어려워할 줄 아는 셰프이다. 알면 알수록 더 어렵고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는 똑똑하고 영민하며 오만하지 않은 이철호 셰프가 선보이는 코타의 새로운 음식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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