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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우리생물] 봄을 알리는 파리 ‘빌로오도재니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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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3-10 23:15:56 수정 : 2022-03-10 23:15:56
국립생물자원관 변혜우 환경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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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강한 추위에 유난히 힘들었던 긴 겨울의 끝이다. 이맘때면 한낮의 봄볕 사이에서 작은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는데 겨울잠에서 깨어난 생명이 하나둘 얼굴을 내밀고 반갑게 인사한다. 막 꽃대를 올린 민들레, 양지꽃 같은 봄꽃 사이를 분주히 날아다니는 곤충이 있다. 얼핏 벌처럼 보이지만 날개가 2개밖에 없는 파리로, 겨울 추위를 피하려는 듯 긴 털을 덮고 꽃 위에서 정지비행을 하며 몸길이에 비해 길고 말리지 않는 주둥이를 꽃 속에 집어넣고 연신 뭔가를 먹는 곤충, 바로 ‘빌로오도재니등에’(Bombylius major)이다.

이는 재니등에과에 속하는 파리목 곤충으로 전 세계적으로 4500종 이상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50종이 기록되어 있다. 대부분 벌을 의태하여 날아다니는 것을 보면 벌처럼 보여서 영어로 ‘비 플라이(bee fly)’라고 한다. 성충은 꽃의 꿀과 꽃가루를 먹지만 유충 시기에는 다른 곤충들을 잡아먹거나 기생하는 생태적 특징이 있다.

빌로오도재니등에는 벌 종류에 기생하는 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떤 재니등에들은 나방이나 딱정벌레 같은 애벌레를 먹고 살기도 한다. 짝짓기가 끝난 암컷들은 알을 낳을 장소를 찾아다니는데, 땅속에 집을 짓는 벌들의 구멍이나 나무 속에 집을 지은 구멍을 찾아 그 주변에 알을 낳고,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먹이가 되는 곤충까지 기어가서 천천히 먹으면서 번데기로 성장한다.

대부분 종들의 먹이가 되는 곤충의 범위는 매우 좁아서 이들의 생태와 먹이 곤충의 생태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땅이나 나무에 구멍을 파는 벌들은 새끼가 먹을 식량을 채우면 입구를 막아버리기 때문에 그 입구가 열려 있을 때가 재니등에가 알을 낳을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이다. 그 짧은 찬스에 맞추어 포식 곤충도 봄에 깨어나 짝짓기하고 또 알 낳을 곳을 찾아다녀야 하는데, 이 중 하나라도 어그러지면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지 못하니 이들의 세상이 우리가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오묘한 세계인 것 같다.


국립생물자원관 변혜우 환경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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