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 국가대표 선수도 동참…체조연맹 징계 절차
러 “승리를 위하여” vs 우크라 “짐승”…해석도 달라

알파벳 ‘Z’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상징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정부가 적극적으로 유행을 조장하면서 정치적 선전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Z’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시작한 지난달 24일부터다. 당시 러시아군의 일부 탱크와 군용 차량에 ‘Z’가 새겨진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이후 러시아 전역에서 ‘Z’ 표식이 빠르게 유행하고 있다. 건물이나 차량에 표식을 새기거나, ‘Z’가 그려진 옷을 입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러시아 남부 카잔에 있는 한 병원에서 환복을 입은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Z 모양으로 눈 위에 서 있는 사진이 SNS상에 게시되기도 했다.
러시아 체조 국가대표 선수인 이반 쿨리악은 지난 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기계체조 월드컵에서 ‘Z’ 표시를 유니폼에 붙이고 시상대에 오르기도 했다. FIG는 징계 절차에 착수했지만, 오히려 러시아 대표팀 감독과 소속 선수들은 쿨리악을 공개적으로 옹호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의견을 밝힌 이들에 대한 위협으로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러시아 영화평론가 안톤 돌린은 자신의 아파트 현관문에 누군가가 흰색 스프레이를 이용해 거대한 ‘Z’ 모양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특이한 점은 ‘Z’가 정작 러시아에서 쓰이는 키릴 문자에는 존재하지 않는 알파벳이라는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 측은 ‘Z’가 ‘승리를 위하여(Za pobedu)’의 앞글자를 딴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반면 세르지 키슬리츠야 우크라이나 유엔 대사는 ‘Z’가 ‘짐승’이라는 의미의 러시아어 ‘즈베리(zveri)’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러시아 출신 언론학자인 바실리 가토프는 NYT에 “이것은 분명하게 정부가 만들고 퍼뜨리는 밈(meme, 인터넷 유행 콘텐츠)”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부가 더 많은 이들로 하여금 전쟁을 지지하도록 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 정치권도 ‘Z’ 유행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마리나 부티나 하원 의원은 SNS상으로 자신의 옷에 Z 휘장을 두르는 법을 소개했다. 케메로보 주지사인 세르게이 치빌례프 또한 지역명 표기를 ‘Kubass’에서 ‘Z’를 삽입한 ‘KuZbass’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러시아 국영방송 RT 역시 온라인으로 ‘Z’가 그려진 옷가지를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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