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마크롱 ‘민간인 안전’ 요청 결과
일부 러·벨라루스 쪽만 대피로 개설
키이우 외곽·남부 등지 포격 계속
우크라 “서방 조종 기만전술” 비판
모스크바 등 러 60곳서 반전 시위
러 , 제재 동참國 비우호 명단 올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12일째인 7일(현지시간) 일부 지역에서 임시 휴전을 주장하며 전쟁이 외관상 숨 고르기에 들어간 듯한 모습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서방 지도자들을 조종하려 한다”고 러시아 기만전술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3차 협상을 앞두고 이날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4시)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제2 도시 하르키우, 남부 마리우폴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에 대한 포격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양측이 2차 협상에서 민간인의 안전한 대피를 위해 합의한 인도주의적 통로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키이우와 하르키우의 인도적 통로는 러시아 맹방 벨라루스와 러시아 쪽으로만 개설돼 안전 보장에 의문이 제기된다. 마리우폴과 북동부 수미의 현지인은 다른 우크라이나 도시로 피란이 허용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휴전 시한 등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전례를 들어 통로 운영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우크라이나인 개개인이 어디로 갈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우크라이나 영토로 대피할 권리가 있다”며 반발했다. 또 자국민들에게 적국 러시아로 대피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리나 베레시크 부총리는 “러시아가 마크롱 대통령 등 서방 지도자들을 조종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키이우 외곽, 남부 미콜라이우 등지에 대한 포격은 계속됐다.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급습하고 중부 드니프로를 포위하기 위해 자원을 비축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국방부 고위 관료는 “러시아가 침공 이후 미사일 600발을 발사했다”며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한 군 병력 95%를 투입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힘을 보태기 위해 의용군 입대를 희망하는 외국인은 52개국 2만명으로 알려졌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선의의 편에 싸우려는 열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참전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입국한 외국인들이 몇 명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남부 헤르손에선 지난 주말 이틀간 주민 수백 명이 “우크라이나”를 외치며 국기를 들고 러시아군에 철군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러시아군이 시위대 머리 위로 총을 쏘고 섬광 수류탄을 사용해 5명이 다쳤다.
CNN방송은 “우크라이나인들은 자신들 피로 민주주의를 위한 기념비를 세우고 있다”며 “평범한 사람들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내 반전 목소리는 날로 거세지고 있다. 현지 인권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6일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60개 도시에서 반전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려 최소 5020명이 체포됐다.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인들은 벌금형이나 징역형에 처해질 위험을 감수하고 매일 크고 작은 반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러시아 전역에 1만3300여명이 구금돼 있다.
한편 국제사회에서 왕따 신세로 전락한 러시아는 자국 제재에 동참한 국가들을 대거 비우호 국가 명단에 올렸다. 러시아 정부가 7일 발표한 해당 명단엔 우크라이나는 물론 한국과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27개국, 스위스, 일본, 대만 등이 포함됐다. 이들 국가의 개인 및 기업들과 러시아 기업들 간 모든 거래는 러시아 정부 승인을 거쳐야 한다.
러시아의 침공 판단이 나치 독일 붕괴를 불러온 만큼의 ‘완전한 실패’가 될 수 있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다. 영국 타임스는 러시아의 반부패 인권단체 굴라크넷 운영자 블라디미르 오세츠킨이 러 연방보안국(FSB)의 내부 고발자가 작성한 보고서를 폭로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 작성자는 “(전쟁) 승리 가능성은 없고 패배만 있을 뿐”이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거되더라도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러시아의) 현 상황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과 같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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