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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농장까지 덮친 화마… “갇혀 있던 개들, 서로 화상 핥으며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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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3-07 16:50:40 수정 : 2022-03-07 18: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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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주, 소유권 포기… 케어 “하루빨리 지원 시급”
지난 4일 대형 산불 화재로 경북 울진군의 울진읍의 개농장 개들이 화상을 입은 모습. 케어 제공

“개들이 서로 화상을 핥으며 버티더라고요. 참혹한 상황입니다.”

 

7일 오전 9시 경북 울진군의 울진읍의 한 산기슭. 비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 들어가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수십 개의 뜬장(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밑면에 구멍을 뚫은 장)에 식용견 150여마리가 갇혀 있었다.

 

건강 상태는 한눈에 보기에도 나빴다. 지난 4일 오전 11시17분쯤 울진군 북면 두천리리에서 난 산불의 화마가 개농장까지 덮치면서 개들이 즉사했다. 까맣게 타 시체가 된 개, 화상으로 피부가 검게 짓무르고 털이 빠진 개···.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뜬장 아래 바닥은 검게 탄 재와 오물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었다.

 

동물권 단체 ‘케어’ 활동가들은 전날부터 이 개농장을 찾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목숨이 위태로운 6마리의 개를 간신히 구조해 서울지역 병원으로 옮겼다. 낯선 사람의 손길에도 상처가 심한 개들은 반항은커녕 몸을 축 늘어트리고 있었다. 이 농장 개들은 식용견으로 길러져 한 마리당 50㎏에 육박했다.

경북 울진 죽변 화성리 산불 현장에서 지난 5일 소방대원들이 인근에 있는 천연기념물인 향나무를 지키기 위해 불을 끄고 있다. 연합뉴스

구조 활동을 지켜본 이수민 케어 활동가는 하루빨리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씨는 “번식장 현장을 여러 곳 다녀봤지만 굉장히 열악한 편에 속했다. 화재 피해를 입은 개들을 마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봉사자 모두 눈물을 훔쳤다”면서 “현재는 물까지 나오지 않아 개들에게 페트병에 든 생수와 사료를 주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관계 기관의 말을 종합하면 이 개농장 부지는 농지이지만 불법 전용해 개를 사육하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무허가로 동물을 생산·판매하더라도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실정이다. 

 

케어는 전날 농장주로부터 개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 받은 상태다. 개농장에 있던 개를 돌보기 위해 케어 측은 인력을 투입해 후원받은 사료 등을 전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개 구조에 드는 비용이다. 울진군은 개 격리조치 및 유기동물 관리에 준하는 보호 관리를 직접 해야 하지만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케어 관계자는 “이번 구조는 여전한 동물보호법의 한계를 실감하게 한 사례이다”면서 “화재로 피해를 당한 개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많은 분이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진=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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