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을 딛고 유튜브에 집중해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표현에 딱 들어맞는 이들이 있다. 바로 유튜버 ‘숏박스’다. 이들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지 반년 만에 구독자 95만명(7일 기준)을 끌어모았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본 일상 단면을 소재로 삼아 5분 분량의 콩트 코미디로 대박을 쳤다. 그중에서도 11년차 커플의 이야기를 담은 ‘장기 연애’ 시리즈는 누적 조회 수 1000만회를 넘었다.
숏박스는 KBS 공채 개그맨 출신인 김원훈(30기)과 조진세(31기), 엄지윤(32기)이 함께 운영한다. 이들은 몸담았던 KBS 2TV 공개 코미디 ‘개그콘서트’가 2020년 폐지돼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다시 일어섰다.
김원훈씨는 “개콘 폐지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히려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목표를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숏박스 사무실에서 이들 3명을 만났다. 숏박스 제작 과정과 더불어 몸담았던 개콘 폐지 후 고민, 그리고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던 원동력 등을 들어보았다.
-장기 연애 시리즈 시작은 어떻게?
조진세: “(회의가 잘 안 풀려서) 서로 핸드폰만 보고 있다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오래 만난 커플은 어떻게 연애할까? 예를 들어 남자가 트림을 적나라하게 할 수도 있잖아요.”
엄지윤: “실제로 했잖아! 실제로 엄청 더럽게 꺼억∼ 했어요.”
김원훈: “(거기서) 지윤이가 ‘헤어질까?’ 이렇게 받아치면서 상황극으로 (시리즈를) 시작을 하게 되었죠.”
-디테일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포착하나?
엄지윤: “경험담도 있고 친구들이랑 하는 대화나 행동을 콘텐츠에 녹이면 많은 공감을 해주더라고요.”
조진세: “(커플이) 11년을 사귄다면 어떻게 할까? 이렇게 가상으로 짜기도 해요.”
-시청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디테일한 설정이 있다면?
김원훈: “‘대실’편에서 주인공들이 콘돔이 없어서 ‘다음에 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보통 모텔에 콘돔이 구비되어 있는데, (제가)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그건 안 쓴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커플이 편의점에 가서 콘돔을 구매하는 설정인데, ‘모텔에 콘돔 있잖아’라는 댓글이 있더라고요.”
-의도하지 않았는데, 시청자가 디테일하다고 짚어준 장면이 있다면?
엄지윤: “‘모텔이나 갈까?’에서 커플이 밥을 먹는데, 제(여자 주인공) 옆에만 난로가 있었어요. 촬영장이 너무 추워서 제가 난로를 둔 건데, 댓글에 ‘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 배려해서 여자 쪽에 난로를 두었다’고 하더라고요.”
-개그콘서트가 폐지됐을 때, 심경은?
엄지윤: “제일 먼저 든 감정은 배신감이었어요. 평생을 꿈꿔온 무대였는데, 이게 사라진다고 하니까 ‘나는 뭐지?’,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김원훈: “안타까운 마음이 제일 컸죠. 20대의 전부를 바쳤는데… 당시 나이가 30대가 넘어가고 있는데 저만 뭘 이루지 못한 것 같더라고요.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저희한테 시련이 없었으면 더 열심히 할 목표가 생기지 않았을 거예요.”
-힘들 때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조진세: “저는 사실 원훈 선배였죠. 혼자 하면 힘들 것 같은데 선배가 옆에 있다 보니까 어떻게든 (꿈을) 붙잡고 갈 수 있었어요. 만약 혼자였다면 중간에 변수가 많이 생겼을 것 같아요.”
김원훈: “서로 그런 얘기 많이 해요. 개그콘서트 할 때 많은 코너를 준비하는데도 저를 인정하지 않는 분이 너무 많았었거든요. 그런데 (여기에선) 인정해주는 사람이 옆에 파트너로 있다 보니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제가 고래였죠.”
-앞으로 계획은?
김원훈: “개그맨 동료라면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콘텐츠거든요. 짜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이 많아요. 같이 스케치 코미디의 부흥기를 한번 누리고 싶긴 해요.”
조진세: “저희만 잘되는 것이 아니고 같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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