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분야 20개 과제에 800억 투입
포스텍·국책硏·기업 협력 인재양성
황룡사 등 대표 관광지 가상 구현
‘한글 AI문화 콘텐츠’ 특화 집중육성
싸이월드와 플랫폼에 신공항 구축
지자체 최초 ‘정책자문단’ 가동도

경북도가 메타버스 산업의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메타버스가 산업·문화·역사·관광 홍보는 물론 높은 교육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공간이라는 판단에서다.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경제적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공간’이다. 현실이 된 가상세계가 메타버스다.
국내외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산업 시장이 2030년까지 1788조원 규모로 몸집을 불릴 것으로 전망한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채용 박람회와 입학·졸업식, 축제, 유통 등의 행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경북도에 메타버스는 ‘신산업’이 아닌 ‘신경제’이다. 좋은 일자리와 미래 먹거리가 메타버스에 있다고 판단한 경북도의 각종 메타버스 육성책을 살펴봤다.
◆‘메타버스 수도 경북’ 기본 구상 방안
2일 경북도에 따르면 ‘다시 대한민국 중심으로 메타버스 수도 경북’을 목표로 메타버스 산업 육성에 나섰다. 도가 ‘메타버스 수도 경북’ 상표 브랜드 등록 추진에 나선 이유다. 도는 올해 국비 500억원 확보를 비롯해 2026년까지 지방비 300억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의 메타버스 산업 육성 기본 구상을 밝혔다. 인재양성과 산업육성, 문화·관광 활성, 특화 서비스 존 조성 등 4대 분야 20개 중점과제를 추진한다. 돈이 되고, 사람이 몰리고, 디지털로 통합하는 메타버스를 지향한다.
도는 먼저 포스텍, 국책연구기관, 크리에이터 메이저 기업 등과 협력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활약할 인재 양성에 나선다. 메타버스 아카데미 개설과 영재교육센터 구축, 전문학과 개설 지원, 글로벌 한글캠퍼스 구축 등이 주된 내용이다. 또 지방자치단체로선 처음으로 혼합현실(MR·현실세계와 가상현실 접목) 기반 메타버스 교육·체험센터를 도청에 만들 계획이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문화·관광 활성화에도 적극 나섰다. 메타버스 관광특구를 지정하고 황룡사(신라왕경) 메타버스 콘텐츠, 가상서원, 디지털 기반 세계유산 통합플랫폼 등을 구축한다. 아울러 23개 시·군의 대표 관광지를 가상공간으로 구축하고 메타버스 축제와 경북 대표 쇼핑몰인 ‘사이소’ 등과 연계한 관광특구를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 조성한다. 특화 서비스존은 신공항과 한류, 전통시장, 독도, 재난 등을 열쇳말로, 해당 분야에 맞는 각종 문화·관광·서비스 콘텐츠를 제공할 방침이다. 특히 메타버스 공간 속에서 진행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대구시와 협력한다.

◆한글문화·독도·신공항 메타버스에 접목
경북도는 ‘메타버스 융합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20대 대선 지역 대표 공약으로 제안했다. 특히 ‘확장현실(XR·가상현실+증강현실) 메타버스 제조’와 ‘한글 AI(인공지능) 문화 콘텐츠 융합’을 전면에 내세워 특화산업으로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도는 최근 XR 메타버스 제조와 관련한 메타버스 산업육성 연구용역을 완료했다. 이 자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초광역권 메타버스 허브밸리’ 선정 공모에 활용한다. 경북은 전국에서 유일한 ‘XR 디바이스 개발지원센터’를 가지고 있어 초광역권 메타버스 허브밸리를 유치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한글 AI 문화 콘텐츠 융합은 경북이 가진 우수한 한글문화와 한복, 한식, 한옥 4대 자원을 기반으로 한다. 도는 지난 1월 ‘한류 메타버스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메타버스 관련 기업 관계자와 대학 교수 등 국내 최고의 메타버스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메타버스를 이용한 한류 자산 산업화와 한류 콘텐츠 다양화, 도시·농촌 재생 운동(메타버스 제2새마을운동) 등을 제안했다.
이 밖에 도는 경제·산업과 문화·관광, 교육, 도시, 농축산·해양, 소통, 행정 등 각 분야에서 메타경북 구현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지난해에는 독도의 날(10월25일)을 맞아 지역 청년 15명과 함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독도 수호 행사를 개최했다. 올해는 과기부 공모 사업 응모를 통해 메타버스 공간에 독도 아카이브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경북도는 지난해 11월 ‘미니홈피’로 유명한 싸이월드제트와 손잡고 메타버스 플랫폼에 2029년 개항 예정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구축하고 있다. 이 공간에선 항공권 발권과 화물 발송, 출국 심사 등을 미리 경험할 수 있다. 메타버스 전용 화폐 ‘싸이페이’나 지역사랑상품권을 활용해 면세품을 살 수도 있다. 경북도는 앞으로 분야별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한편 2차원(2D) 전자 행정을 3D 기반 가상행정으로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메타버스 기업과 전문가들 협의체 구성
경북도는 지난달 24일 도청에서 메타버스와 현실을 융합한 신개념 디지털 방식의 ‘메타경북 정책자문단 출범 및 메타버스 수도 경북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또한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메타버스 관련 정책자문단과 ‘기업 얼라이언스’를 구축했다.
정책자문단은 산업과 문화, 관광, 교육, ICT 관련 학과 교수, 연구원,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4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했다. 정책자문단은 메타버스 전략과제 기획과 발굴, 산업·기술 동향 공유, 연구지원 등 메타버스 수도 경북 조성을 위한 브레인 역할을 한다.
메타버스 기업 얼라이언스에는 도내외 50여개 기업이 참여한다. 얼라이언스는 메타버스 산업생태계 발전을 위한 민관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발전안을 만든다. 경북도는 얼라이언스에서 제시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보조금과 펀드 조성 등의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여기에 실감미디어혁신공유대학사업단 등 40여개 대학이 정책자문단과 얼라이언스에 참여한다.
얼라이언스는 올 상반기 중 메타버스 수도 경북 조성을 위한 국회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메타버스 포럼과 메타버스 아이디어 공모전, 메타버스 개발자 경진대회 등을 이어간다.
김민석 경북도 미래전략기획단장은 “기술발전에 따라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지역 차원에서도 미래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메타버스를 중점 육성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고 미래 산업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기업·학계 최고 전문가들 손잡고 디지털 영토 인구 1000만명 실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메타버스는 일시적인 태풍이 아닙니다. 누구보다 빨리 준비해 메타버스 지방정부 대전환을 선도해야 합니다.”

이철우(사진) 경북도지사는 2일 ‘메타버스에 주력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 질문에 “메타버스가 가져올 경제·사회적 변화는 우리에겐 기회다.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답했다.
이 지사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메타버스 시대는 반드시 온다”면서 “아이디어와 아이템을 바탕으로 철저히 준비해 메타버스를 통한 도정 대전환과 함께 경북이 다시 대한민국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지역 소멸 위기의 대안으로 꼽히는 ‘초광역 메가시티’ 역시 메타버스를 적용하면 실제 대구시와 통합을 앞당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행정통합은 디지털(메타버스) 영토에서는 언제든지 먼저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지역 국회의원들과 메타버스 발전을 위한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경북도는 오는 18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메타버스 수도 경북 세미나’를 주최한다. 앞서 도는 이달 초쯤 전국 최초로 메타버스 전담 국인 ‘메타버스정책관’을 신설한다. 기업과 학계 등 국내 최고 메타버스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 메타버스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그는 “메타버스 인구 1000만명 달성을 위한 추진 동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여러 메타버스 정책 가운데 가장 신경을 쓰는 분야는 ‘인재 양성’이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활약할 ‘플레이어’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메타버스 아카데미와 크리에이터 양성 전문가반 등을 개설해 메타버스 인재를 키우고 창작자 성장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타버스를 ‘관광’에도 접목하자는 아이디어는 이 지사가 직접 냈다. 도는 메타버스에서 ‘한글도시 안동’, ‘한옥도시 경주’ 등의 공간을 갖출 계획이다.
이 지사는 “메타버스는 경북이 시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와 만나 무한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최첨단 확장현실(XR) 제조 및 한류 메타버스 등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고 미래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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