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메달리스트… ‘뽀시래기’ 별명
매스스타트 이승훈과 함께 출전
1위 스빙스에 0.07초 뒤져 은메달
피나는 노력… 4년전 희생 보상받아
‘성적주의 희생양’ 마음 고생 훌훌
2026년 밀라노대회 금메달 기대

만 17세이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정재원(의정부시청)은 맏형 이승훈(34·IHQ) 등과 함께 남자 팀추월 경기에서 은메달을 따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며 팬들로부터 ‘뽀시래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렇게 아직은 귀여운 소년으로 여겨졌던 그는 평창 남자 매스스타트 경기에서는 이승훈의 금메달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수행했다. 먼저 치고 나가면서 다른 선수들의 페이스를 흔들며 이승훈이 1위로 들어오도록 만드는 전략의 ‘도우미’에 만족해야 했다.
이제 4년이 흘러 ‘뽀시래기’에서 21세 성인이 된 정재원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에이스로 거듭났다. 정재원은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열린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바르트 스빙스(벨기에·7분47초11)에 0.07초 차 뒤진 7분47초18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냈다. 함께 결승에 진출한 이승훈은 7분47초20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동메달을 목에 걸며 이번에는 막내의 성장을 뿌듯하게 지켜봤다. 두 선수의 메달은 스피드스케이팅 경기 마지막 날 한국 선수단에 준 멋진 피날레 선물이기도 했다.
정재원이 스스로 노력으로 성장해 4년 전 희생을 완전히 보상받으며 이룬 성과라 더욱 값졌다. 평창 대회 후 “난 강압적으로 희생을 강요받지 않았고, 좋은 팀플레이를 한 것”이라고 스스로 여러 차례 밝혔음에도 정재원을 두고 ‘성적 지상주의’의 희생양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은근히 마음고생도 겪었다. 하지만 묵묵히 훈련에 매진한 정재원은 한국 장거리의 간판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베이징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며 이제는 당당한 주연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줬다.
정재원의 쾌거에는 경험이 풍부한 이승훈의 도움도 있었다. 결승 경기 직전까지 두 선수는 작전 회의를 통해 최선의 전략을 짰다. 정재원은 “경기 전 승훈이 형이랑 많은 얘기를 나눴다. 중간에 먼저 도망가는 그룹이 있을 텐데 스빙스가 많이 쫓아갈 것이라 예상했다”면서 “조급해하지 않고 여유를 가지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빙스 선수의 그룹에 속해 달리면서 열심히 기회를 엿봤다”고 이승훈과 함께 고민해 펼쳤던 레이스 전략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종목의 레전드인 승훈이 형이 그동안 조언을 많이 해줬다”면서 “그 덕에 매스스타트에 필요한 전략을 풍부하게 배울 수 있었다”며 맏형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정재원은 이번 대회가 끝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뭔지를 묻자 “떡볶이를 무척 좋아한다. 떡볶이가 먹고 싶다. 일주일 내내 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해 여전히 ‘뽀시래기’ 같은 모습도 보여줬지만 4년 뒤를 바라보는 그의 눈매는 매섭다. 이제 겨우 스물한 살이기에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벌써 올림픽에서 2개의 메달을 수집했을 만큼 경험도 풍부히 쌓였다는 점에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에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정재원은 “더 성장해서 더 많은 종목에 출전하고 싶다. 더 나은 선수가 돼 메달을 더 따내고 싶다”며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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