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까지 銀2·銅4개 메달 따내
금메달 획득에는 번번이 실패
러의 선제골에 승부욕 자극
동점골·역전골까지 성공 시켜

핀란드는 캐나다, 러시아, 스웨덴, 체코 등과 함께 오랜 시간 왕좌를 다투던 세계 남자 아이스하키의 강호다. 동계 올림픽에 프로선수들의 출전이 허용된 이후로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활약하는 스타들을 중심으로 늘 우승권 팀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기대를 받았음에도 단 한 번도 최정점에 오르지 못했던 비운의 나라이기도 하다.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은메달을 따낸 이래 2018 평창대회까지 2개의 은메달과 4개의 동메달 등 총 6개의 메달을 따냈지만 금메달 획득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이런 핀란드가 마침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20일 중국 베이징 국립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남자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에 2-1(0-1 1-0 1-0)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러시아는 이번 대회에서도 당초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던 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 속에 NHL 선수들의 출전이 무산된 가운데 러시아는 NHL에 이은 세계 2위 리그인 KHL(컨티넨털 하키 리그) 소속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렸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NHL 선수들이 나서지 못했던 4년 전 평창에서도 러시아는 압도적 전력으로 손쉽게 금메달을 따냈다. 핀란드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다크호스’정도로는 지목됐지만 디펜딩 챔피언 러시아를 압도할 것이라 기대한 팬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핀란드는 예상과 달리 초반부터 러시아를 밀어붙였다. 다만, 초반 기세를 잡았음에도 러시아에게 일격을 당했다. 1피리어드 7분 17초에 하이스틱 반칙으로 러시아에 파워플레이(상대 선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를 허용했고, 미하일 그리고렌코(28)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이 일격이 오히려 핀란드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2피리어드 중반까지 2배 가까운 슈팅수를 기록하며 러시아를 밀어붙였고, 끝내 동점골을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2피리어드 3분 28초에 수비수 빌레 포카(28)의 장거리 슈팅이 골로 연결된 것. 문전에 있던 사쿠 메에날라넨(28)이 순간적으로 날아오는 퍽을 피해 포카의 샷을 통과시켰고, 퍽은 시야가 가린 ROC 골리 이반 페도토프(26)의 가랑이 사이를 통과해 골망으로 빨려들어갔다. 기세가 오른 핀란드는 3피리어드 시작 31초 만에 역전 골을 넣었다. 상대 진영 중앙에서 때린 마르코 안틸라(37)의 샷을 문전의 한네스 비외르니넨(27)이 살짝 방향만 틀어서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러시아가 만회를 위해 대대적 공격으로 나왔음에도 한골차를 잘 지켜내며 경기 종료 버저가 울렸다. 핀란드 선수들은 일제히 헬멧을 집어던지고 빙판으로 뛰쳐나와 뜨겁게 부둥켜안으며 사상 첫 금메달을 자축했다.
한편, 전날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슬로바키아가 스웨덴을 4-0으로 완파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슬로바키아의 역대 올림픽 첫 메달이다. 슬로바키아의 2004년생 공격수 유라이 슬라프코프스키는 2골을 더해 총 7골로 득점왕에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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