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 성폭행 피해자 A양이 “내 삶, 내 인생을 망가뜨린 가해자를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유가족이 가해자에 내린 법원의 형량을 두고 분통을 터뜨렸다.
10대 성폭행 피해자 A양은 지난해 4월4일 “가해자는 곧 감옥에서 형을 살고 나온다”며 “내 삶, 내 인생을 망가뜨린 가해자를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A양의 인생을 송두리째 뺏어간 사건은 지난 2019년 6월28일 A양이 고등학교 1학년인 당시 일어났다. A양은 교제 중이던 B군(18)과 단둘이 술을 마셨고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A양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질렀다.
이후 전교생이 20명 안팎이었던 학교에서 A양은 B군과 분리가 되지 않은 채 수개월을 보내며 A양은 B군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2차 가해를 받아왔다고.
결국 A양은 B군을 고소했고 B군은 법정에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고, 당시 성관계에 동의했다”며 “처녀막 열상 등 상해는 강간치상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당시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B군에 대해 “여자친구였던 피해자를 간음하고도 그 상황을 극복하려는 피해자에게 거짓말 등으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주었다”며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판결에 불복한 B군은 줄곧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 A양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증, 불면증 등을 겪으며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이후 재판부는 A양의 사망이 ‘성폭행으로 인해 비롯됐다’고 보고 B군의 형량을 9년으로 높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입장은 달랐다. “변론 종결 후 판결 선고 전 피해자가 사망한 사정을 양형에 반영하면서 피고인에게 방어 기회를 주지 않고 판결을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며 사건을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로 돌려보냈다.
가해자 측은 사건 2년 반이 지나도록 어떠한 사과도 없이 범행을 부인해 온 가운데, 유족은 강간치상죄가 아닌 강간치사죄로의 공소장 변경을 원했고 재판부가 검찰에 이를 물었으나 공소장을 변경되지 않았다.
이후 파기환송심에서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2부(견종철 부장판사)는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이 사건 범행과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7년으로 감형했다.
A양의 어머니는 “자식을 가슴에 묻은 우리 가족의 꿈과 행복은 산산조각이 나서 회복될 수 없는데 가해자는 단 한 번도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았다”며 “징역 7년이라는 낮은 형량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강간치사죄로 엄벌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성폭행 피해자가 죽음의 문을 열 수밖에 없는 비참한 현실과 말도 안 되는 판결이 하루에도 수많은 성폭행 피해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더는 소중한 생명을 잃지 않도록 법 강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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