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수행 거부·직무유기 경찰 1년 이상 유기징역’
입법예고 법안에 경찰 내 반대의견 제출 움직임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최근 발의한 ‘직무유기 경찰 처벌 강화’ 법안에 대해 경찰 내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5일 국회에 따르면 태 의원 등 10명은 지난달 28일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소관위원회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로 회부돼 전날부터 입법예고에 들어간 상태다.
개정안은 경찰관이 눈앞의 범죄행위로 인해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하는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기존 경찰관 직무수행 거부·직무유기에 대한 처벌 수준보다 강화된 것이다. 현행 형법에서 공무원 직무유기에 대해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에서는 ‘특수직무유기’로 분류해 특가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을 인지하고 그 직무를 유기한 경우에 1년 이상 유기징역이 가능하도록 정해놓았다.
◆‘인천 흉기난동 사건’에 경찰 처벌 강화 추진
이런 경찰 직무유기에 대한 처벌 강화 움직임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인천 흉기난동 사건’이 배경이 된 것이다. 당시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 2명이 가해자의 범행을 제지하거나 피해자를 보호하려고 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 여론이 거셌다. 현재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직무유기 혐의로 해당 경찰 2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2명은 사건 발생 후 성실의무 위반 등으로 해임 처분을 받았고 현재 징계 결과에 불복해 소청 심사를 청구해놓은 상태다.

태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 대해 “최근 흉기를 소지한 채 난동을 부리는 현행범과 그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시민을 눈앞에 두고도 경찰공무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직무를 유기한 경찰공무원을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권한없이 책임만 강화”…“처벌 강화 이전에 여건 조성부터”
경찰 내에서는 당장 이 법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인천 흉기난동 사건으로 드러난 경찰의 소극적 현장대응 문제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이미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무조건적인 처벌 강화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현장대응력 강화는 경찰이 물리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여건을 조성해주는 식으로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경찰관 직무 집행 시 형사책임을 감면해주는 취지의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이 가결된 바 있다.

경찰 내에서는 입법예고 중인 가중처벌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 제출 움직임도 보이는 모양새다. 반대의견을 낸 이모씨는 “아예 경찰을 예비 범죄자로 취급하는 꼴”이라며 “책임만 있고 권한이 없는 상황에 팔다리 다 묶어 두고 어떻게 범죄에 맞설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임모씨 또한 “이미 형법이나 특가법에도 있는데 경직법에까지 이런 조항을 넣을 이유는 없다”며 “모든 공무원 중에 오직 경찰관에게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자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