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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우주개발과 액체추진제 로켓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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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2-03 00:16:30 수정 : 2022-02-03 00: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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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초 초보적인 연구 시작
30여년 산고, 추력 75t급 발전
세계 7번째 기술 확보국 ‘우뚝’
우주산업 미래 이끌 주역 기대
2002년 11월 28일 한국 최초의 액체추진제 과학로켓(KSR-3) 발사에 성공하는 모습. 채연석 제공

지난해 10월 21일 누리호를 발사한 항공우주연구원은 1989년 10월 10일 대덕 연구단지에 설립되었다. 필자는 로켓과 인공위성에 사용되는 추진기관, 즉 로켓엔진을 연구개발 하는 ‘우주추진기관연구실’을 맡았다. 그해 12월 5일, 이라크가 스커드 미사일을 3단으로 조합하여 만든 타뮤즈(Tamuz) 우주발사체로 인공위성 발사를 시도하였는데 실패하였다는 뉴스가 눈에 확 들어왔다. 당시 북한도 스커드 미사일을 생산하고 있어서 이라크처럼 스커드 미사일을 조합하여 인공위성 발사를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면 우리 정부도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세울 것이고 그 실무 준비는 항우연이 맡아야 한다. 그리고 그 우주발사체에 사용할 로켓엔진은 필자가 책임지고 준비해야 되는 것이다.

 

연구소가 설립된 지 얼마 안 되어 연구원도 3~4명뿐이고 확보한 연구비도 없는데 위성발사용 로켓엔진을 구상한다는 것은 큰 고민거리였다. 이 무렵 세계일보의 최득룡 기자가 찾아와서 세계의 위성발사 상황을 이야기해 주었더니 1990년 5월 8일자에 기사화해 주었다. 제목은 ‘북한이 먼저 인공위성 쏜다’였다. 북한은 이로부터 8년 뒤인 1998년 8월 31일 대포동 1호를 이용하여 위성발사를 시도하고 정부는 1998년 12월, 2005년까지 우리 발사체로 위성을 발사하는 계획을 발표한다. 필자의 예측이 정확히 맞은 것이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로켓은 크게 두 종류, 즉 고체와 액체 추진제를 사용한다. 고체추진제 로켓은 국내에서 미사일을 개발하여 관련 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사거리 제한(탄두 500㎏에 사거리 180㎞)으로 우주발사체에 사용할 수 있는 큰 로켓을 개발하지 못하는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액체추진제 로켓은 국제적인 제한은 고체추진제 로켓보다 덜할 것 같지만 개발이 어렵고 그 기술이 국내에 전혀 없다는 것이다. 미사일 사거리 통제 문제와 같은 정치적인 문제는 과학기술자들이 해결할 수도 없고 우리나라는 언제 이 제한이 풀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이 제한은 작년에 풀렸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대형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 길은 액체추진제 로켓을 개발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고 미래를 준비했다.

 

1990년 초부터 아주 초보적인 소형 액체 로켓엔진의 연구를 시작하였다. 인공위성의 자세와 궤도를 제어하는 추력 180㎏f(킬로그램포스)의 소형 액체추진제 로켓엔진이다. 추진제는 질산과 아민을 사용하였다. 산화제와 연료가 합쳐지면 자동으로 점화되는 추진제다. 몇 년간의 연구와 준비 끝에 1995년 9월 6일 국내 첫 액체 엔진의 지상 연소 시험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정부에 본격적인 액체추진제 로켓 개발 계획서를 제출하였다. 4년 동안 연구비 580억원으로 한국 최초의 액체추진제 과학로켓(KSR-3)을 개발하여 발사하는 계획이었다. 정부는 IMF 외환외기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계획을 승인해 줬다.

“북한이 한국보다 먼저 인공위성을 쏠 것”이란 필자의 전망을 기사화한 1990년 5월 8일자 세계일보 지면. 채연석 제공

30명의 연구원으로 시작한 액체추진제 과학로켓의 개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국내에서 처음 개발할 뿐만 아니라 외국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설계한 KSR-3 엔진의 추력은 6t급이었는데 최종적으로 발사한 엔진의 추력은 13t급이었다. 처음 설계한 로켓의 무게가 실제로 제작하면서 계속 증가하여 결국 처음보다 2배나 큰 추력의 엔진을 사용한 것이다. KSR-3는 2002년 11월 28일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50㎞를 상승하여 국내에 액체추진제 로켓 시대를 열었다.

1995년 9월 6일 국내 첫 액체 엔진의 지상 연소 시험에 성공하는 모습. 채연석 제공

필자는 2002년 12월 항우연 6대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나로우주센터를 건설하여 나로호를 발사하는 준비를 하였다. 나로호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을 대비해서 추력 30t급 액체 엔진을 개발하여 소형위성을 발사하는 계획을 세우고 2003년부터 엔진 개발을 시작하였다. 추력 30t급 엔진은 후에 추력 7t과 75t급으로 발전하여 누리호에 성공적으로 사용되었다. 30여년의 산고 끝에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확보한 추력 75t급 국산 로켓엔진은 미래 우주개발의 핵심 도구이다. 더욱 경제적인 고성능 엔진으로 발전시켜 국내 우주산업의 미래를 밝게 이끌어줄 옥동자가 되어주길 기대해본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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