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진행된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이 예상치 못한 윤리 문제를 던졌다.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 데이비드 베넷이 흉악범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범죄 피해자 가족은 ‘수술을 받을만한 사람이 받았어야 했다’고 말하지만, 의료 행위에 윤리적 판단이 개입되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20일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베넷의 과거는 수술 7일째인 지난 13일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34년 전 그는 자신의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던 고교 동창 에드워드 슈메이커를 흉기로 7차례나 찔러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베넷은 6년을 복역하고 1994년 석방됐다. 슈메이커는 이 사건으로 하반신이 마비돼 평생 휠체어에 살다 2007년 41살의 나이에 사망했다.
슈메이커의 누나는 베넷이 역사적인 수술의 주인공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으며 “심장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수술을 받았어야 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결국 돼지 심장은 ‘사람같지 않은 사람’에게 갔다”는 식으로 이식 수혜자 결정을 비판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수많은 환자들이 장기이식을 기다리며 애타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상황에서 범죄자가 혜택을 누리면 안 된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의료진이 치료할 환자를 결정할 때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미 장기기증네트워크(UNOS)는 온라인매체 더컨버세이션 인터뷰에서 “범죄자라는 지위가 장기이식을 못 받게 하는 고려 요소가 되면 안 된다”며 “누구나 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전했다. 의사에게는 ‘성인과 죄인’을 구분할 권한이 없으며, 더욱이 ‘누가 더 이식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엔도 범죄자도 일반인과 똑같은 의료 접근권을 가져야 한다는 일명 ‘넬슨 만델라 규칙’을 지지한다. 일각에선 ‘중범죄’에 대한 기준을 정해 장기 이식같은 수술에서 일반인과 동일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걸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베넷의 경우 이미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만큼 이 같은 원칙을 적용하는 데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더컨버세이션은 “범죄자의 장기 이식은 예전부터 논란이 돼 왔다”며 “베넷의 수술이 비윤리적으로 느껴지는 건 근본적으로 이식할 장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수술이 성공으로 판명돼 이종 간 이식이 널리 쓰이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이식을 둘러싼 이런 논란도 옅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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