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의 통화 녹취록 방송과 관련 “전체적으로 보수에 대한 능멸이 (윤석열) 후보와 후보 부인에게 녹아 들어가 있다. 그러면서 왜 그런데 보수의 대표가 됐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날 김씨의 통화녹음 내용이 공개됐다.
김씨는 통화 상대인 서울의 소리 이명수씨에게 윤 후보의 경쟁상대인 홍 의원에 대한 공세를 종용하는가 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바보같은 보수가 한 일이라고 하는 등 보수 폄훼성 발언이 담겨 있다.
개인적인 대화라고 하더라도 남편이 제1야당에 스스로 입당해 보수 후보를 자처한 상황에서 할 발언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우 의원도 이런 점이 의문이 든다고 언급한 것이다.
특히 김씨는 이씨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을 두고 “홍준표를 까는 게 더 슈퍼챗(유튜브 후원)은 지금 더 많이 나올거야. 왜냐하면 거기 또 신선하잖아”라고 했다.
또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선대위 합류에 대해서도 “본인이 오고 싶어 했다”며 “왜 안 오고 싶겠어. 먹을 거 있는 잔치판에 오는 거지”라고 했다.
이에 대해 우 의원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보수가 탄핵을 주도했다’, ‘김종인 위원장 같은 분이 먹을 게 있으니까 왔지’, ‘홍준표 후보를 공격해라’, 막 이런 (내용이 나왔다)”며 “전체적인 게 보면 보수의 대표로서 보수의 가치를 높이 세우겠다 이런 것보다는 되게 보수를 능멸하면서 이렇게 비난·비하하는 표현들을 자주 하는 것이 되게 특이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 될 부분이 없다’는 취지로 낸 국민의힘 논평을 두고는 “애써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그런 이제 사전 마사지 작업”이라며 “제가 볼 때는 우리 쪽 후보의 부인이 한 말이었으면 아마 오늘 (신문 등 보도) 1면 톱으로 나오지 않았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건희라는 사람의 그 캠프에서의 위상, 이게 굉장히 궁금했었다”며 “저는 딱 보면서 ‘이 정도의 내용조차 보도 안 되게 만들 정도로 김건희씨가 과연 세구나, 실세구나’ 이런 것들을 좀 느꼈다”고 평했다.
아울러 “남편과 이분(김씨가)이 평소에 이런 대화를 해서 공감한 내용들을 (서울의소리) 기자에게 얘기하게 돼 있다”며 “그렇게 본다면 김씨의 이 말들은 결국 윤석열 후보의 인식과 맞닿아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씨의 통화녹음 내용이 공개되면서 보수 지지층 분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홍 의원은 MBC 스트레이트에서 해당 내용이 공개되자 즉각 불편한 반응을 드러냈다.
그는 “틀튜브들이 경선때 왜 그렇게 집요하게 나를 폄훼하고 물어뜯고 했는지 김건희씨 인터뷰를 잠시만 봐도 짐작할 만 하다”며 “다른 편파언론은 어떻게 관리했는지 앞으로 나올 수도 있겠다. 대단한 여장부”라고도 비판했다.
당내 갈등을 봉합하면서 보수층이 결집하고 지지율 반등이 시작되는 현시점에서 홍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면 윤 후보 지지율이 수직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 김종인 위원장을 향해 ‘먹을 게 있으니까 왔지’라는 발언 등 김 씨의 통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지원을 해왔던 홍 의원을 자극하는 한편 ‘원팀’은 물건 너 갈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 ‘탄핵은 바보같은 보수가 한 일’이라는 김씨의 말과 윤 후보가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지휘한 탓에 ‘탄핵 원죄론’이 다시 부상해 보수지지층의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김씨는 통화내용 공개후 MBC측에 서면답변을 통해 공개된 통화내용 중 선거 캠프 관여, 미투 부분 등은 사죄했지만 탄핵과 보수인사와 관련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