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월드컵이 열리는 해인 2022년의 첫 경기를 기분 좋은 대승으로 장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3위 한국은 15일 터키 안탈리아의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의 친선 경기에서 5-1로 이겼다.
아이슬란드는 인구 30여만명의 소국인데다 FIFA랭킹도 한국보다 한참 낮은 62위에 불과하지만 불과 6년 전인 2016년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에서 8강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던 복병이다. 한국축구가 특히 약한 힘과 체격을 바탕으로 한 북유럽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기도 하다. 여기에 이번 친선경기가 FIFA가 정한 A매치기간에 열리지 않아 대표팀 주축을 이루는 거의 대부분 참여하지 못해 과연 선전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기우였다. 전반 15분 만에 조규성(김천 상무)이 김진규(부산)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낸 것. 여기에 전반 24분 조규성이 또 한번 저돌적 돌파로 상대의 페널티킥을 유도해냈다. 아쉽게도 이 페널티킥을 권창훈(김천 상무)이 실패했지만, 3분 뒤 스스로 득점을 터뜨려 이를 만회했다. 전반 29분에는 백승호(전북 현대)가 위력적인 중거리포로 3-0으로 점수를 더 벌려놨다. 주전들이 대거 빠진 경기였지만 벤투 대표팀 감독이 늘 강조해왔던 ‘지배하는 축구’가 그라운드에 구현됐다.

후반 들어 3골 뒤진 아이슬란드가 전방압박과 공격을 강화해 후반 9분 한골을 만회했지만, 선수들은 한번 잡은 경기의 지배력을 끝내 내주지 않았다. 후반 28분 조규성의 첫 골을 도왔던 김진규가 이 경기 네 번째 득점을 해냈고, 후반 41분에는 이날 A매체 데뷔전을 치른 2002년생의 신성 엄지성(광주FC)이 이영재(김천 상무)의 크로스를 받아 데뷔전 데뷔골을 터뜨렸다.

이로써 한국은 유럽 국가를 상대로 한 남자축구 A매치 경기에서 최다골차 승리를 거뒀다. 종전 기록은 2002년 5월16일 스코틀랜드와 치른 친선 경기(4-1 승)의 3골차 승리가 최다였다. 이전까지 유럽 축구에 늘 약했던 한국은 이 경기 대승으로 자신감을 찾은 뒤 한일월드컵에 나서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강호들을 누르고 4강 신화를 이룩했다. 이후 월드컵이 열리는 해의 서전에서 20년 만에 좋은 예감을 부르는 새 기록을 만들어냈다.
주전 선수들을 받칠 ‘플랜 B’를 만드는 중요한 숙제도 달성해냈다. 이날 조규성, 백승호, 김진규, 엄지성 등 4명이나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고, 김건희(수원 삼성), 이영재, 강상우(포항) 등도 제 몫을 해내 벤투 감독을 든든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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