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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 딛고 국정 안정될까…“불안 요인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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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15 07:00:00 수정 : 2022-01-15 10:2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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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0.001%가 부 55% 독점
러시아군 파병으로 영향력 확인
“파병 계산서 얼마가 될지 몰라
일상 회복했지만 불안 요인 여전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아슈도드에서 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에 희생된 레반 코게아슈빌리(22)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아슈도드=AP연합뉴스

이달 2일(현지시간)부터 일어난 카자흐스탄의 반정부 시위는 깊은 상흔을 남겼다. 카자흐스탄 최대도시 알마티의 거리는 일부 폐허로 변했으며, 민간인을 포함해 160여 명이 희생됐다.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평화유지군이 철수를 시작하는 등 사태는 진정됐지만, 시위의 상처가 쉽게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경제적 양극화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전 카자흐스탄 국립대 교수로 27년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거주하고 있는 김상욱 알마티고려문화원장은 시위 직전 민심을 ‘성냥불만 던지면 불붙을 수 있는 바짝 마른 들판’에 빗댔다. 시위의 표면적인 배경은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급등’이지만, 극심한 양극화와 부패로 여론은 이미 곪을 대로 곪아있었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이곳 국민은 얼마든지 카자흐스탄이 두바이처럼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대통령 친인척이 부를 독점하는 식으로 양극화가 심해 불만이 누적돼 있었다”며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LPG 가격 인상이 도화선이 됐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 중 손꼽히는 ‘자원 부국’이다. 석유 매장량은 미국 바로 다음인 세계 12위이며 석탄, 천연가스, 우라늄도 풍부하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뒤 외자 유치에 과감하게 나섰다. 그러나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뒤 서방이 러시아 경제 제재에 나서면서 러시아 경제 의존도가 높았던 카자흐스탄도 직격탄을 맞았다.

 

더 큰 문제는 ‘부의 양극화’다. 회계법인 KPMG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전체 부의 55%를 단 162명, 즉 인구의 0.001%가 차지하고 있다. 이들 중 다수는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조카, 사위 등 친인척이다.

 

정치적으로도 겉으로는 안정돼 보였지만 실상은 막후 정치가 횡행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1990년 4월 초대 대통령으로 임명된 뒤 2019년까지 무려 30년을 집권했다. 2019년 3월 자진 사임했지만, 국가안보회의 의장직은 유지하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 간 세력 다툼에 최근 들어 커지면서 의사결정이 마비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김 원장은 “시민들은 ‘두 명의 대통령이 있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 왔다”며 “이런 부분이 그동안 국제적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시위를 계기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이달 11일 신임 총리를 지명하고, 정국 수습에 나섰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을 국가안보회의(NSC) 의장직에서 해임하기도 했다. 나자르바예프와 거리를 두며 내부 권력 투쟁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상황이 안정된 현재 토카예프가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쥐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현지시간) 타지키스탄 군인들이 수송기에 실려 카자흐스탄 알마티 국제공항을 떠나고 있다. 알마티=타스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어부지리로 러시아가 실속을 단단히 챙겼다. 토카예프가 CSTO에 평화유지군 지원을 요청하면서 러시아가 구소련 지역에서 영향력과 존재감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주축이 된 CSTO 평화유지군에는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출신 군인들이 포함됐다. 러시아군 중심 구성된 2500여 명의 평화유지군은 이달 6일 투입돼 13일부터 철수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19일까지 철군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러시아 및 유라시아 문제를 연구하는 미 하버드 대학 데이비스 센터의 나르기스 카세노바 선임연구원은 평화유지군 파병에 대해 “러시아의 승리”라고 요약했다. 러시아가 흔들리는 주변국을 지원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신호를 전 세계에 보냈다는 분석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경을 둘러싸고 러시아가 서방국과 갈등이 한창이 가운데 이번 파병에 대한 계산서가 얼마가 될지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이번 파병은 카자흐스탄 국민의 높은 주권의식을 확인한 계기도 됐다. 외신들은 러시아가 명확하게 철군 일정을 못 박은 것이 반(反)러시아군 정서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평화유지군이 철저히 인프라 보호 등 제한적인 경비 업무에만 충실했던 것도 러시아군에 대한 반발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김 원장은 “만약 러시아군의 총에 맞아 카자흐스탄 국민이 희생됐다면, 교전은 오히려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것”이라며 “대테러 진압 작전은 카자흐스탄군이 전담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이 구소련에서 독립한 1991년만 해도 카자흐계 인구는 40% 안팎에 불과했다. 오늘날 카자흐계 인구 비율은 70%에 달한다. 카세노바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이후 러시아어를 쓰는 사람도 꾸준히 감소했고, 반대로 카자흐스탄어는 국가 공식 언어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그는 “젊은 세대는 학교에서 카자흐스탄 역사와 국가 정체성에 관해 교육을 많이 받았고, 이 때문에 러시아군 파병을 민감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짚었다.

 

남은 과제는 토카예프 대통령이 민심을 제대로 달래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느냐다. 시위를 계기로 전 대통령과 선을 그었다고는 하지만 권력 암투의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김 원장은 “전 대통령의 세력이 국민 눈치를 보면서 자신들의 욕망을 얼마만큼 잘 조절하는가가 문제”라며 “일상은 회복했지만,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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