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미주 한인의 날’ 기리고자
한복 차림으로 등원… ‘시선집중’

미국 버지니아 주(州)의회 하원 본회의장에 고운 한복 차림의 의원이 나타났다. 13일(현지시간) ‘미주 한인의 날’(Korea American Day)을 기념하고자 한국계 여성으로는 처음 버지니아 주의회 하원에 진출한 아이린 신(34·한국명 신재연) 의원이 일종의 이벤트를 한 것이다. 최근 중국이 한복을 자국 문화의 일부인 양 떼를 쓰는 상황에서 주한 미국대사관은 한복을 한국의 전통 의상으로 규정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복을 입고 버지니아 주의회 의사당에 등원한 사진을 게시했다. 이어 “나는 (미주 한인의 날인) 오늘 한국계 미국인들의 희생과 유산을 기리고자 우리 가족의 한복을 꺼내 입었다”며 “나의 행동이 미국 사회를 위대하게 만드는 힘은 바로 다양성이란 점을 일깨우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나는 이제 의정활동을 할 준비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한복을 우리 발음 그대로 ‘hanbok’이라고 표기한 신 의원은 미국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옆에 괄호 하고 “한국의 전통 의상”(traditional Korean dress)이란 설명을 첨부했다. 요즘 한복을 자기네 옷이라고 우기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신 의원은 한국계 이민자의 딸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생활하다 버지니아주로 이주했다. 정계에 입문하기 전 시민 교육과 참여 증진을 위한 시민단체를 이끌었다. 특히 건강보험을 비롯한 복지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지난해 6월 치러진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현역 의원을 꺾고 공천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11월 본선에서도 공화당 후보를 득표율 면에서 30%P 이상 앞서며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그는 “당선되면 우리 한인들과 자주 만나고 교류하면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귀담아들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복 차림으로 주의회 의사당에 우뚝 선 신 의원의 사진에 감명을 받았는지 주한 미국대사관은 공식 SNS 트위터에 이 게시물을 리트윗했다. 그러면서 성조기와 태극기를 나란히 표시하고 “한복이 정말 멋지다”며 극찬했다. 한복이 한국의 전통 의상이란 점에 거듭 지지를 표명하는 한편 굳건한 한·미동맹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주 한인의 날은 1903년 1월 13일 한인 이민자가 미국 하와이에 처음 도착한 역사를 기리고자 2003년 제정됐다. 이날 주한 미국대사관의 크리스 델 코소 대사대리도 SNS에 글을 올려 “굳은 동맹과 세계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데 기여한 한국계 미국인들의 노력을 되새겨본다”고 밝혔다. 이어 “저의 훌륭한 아내이자 저의 최애(제가 가장 사랑하는) 한국계 미국인이기도 한 캐롤라인에게도 감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계 미국인과 결혼해서인지 델 코소 대사대리는 지난해 한국에 부임할 당시 “한국은 제2의 고향”이란 말로 한국을 향한 뜨거운 애정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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