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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 조종사, 민가 피하려 끝까지 조종간 잡았다

입력 : 2022-01-14 06:00:00 수정 : 2022-01-13 21: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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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故 심정민 소령 영결식 엄수

10초 시간 있었지만 비상탈출 포기
생전 “언제나 조종사로 살 것” 다짐
28세로 순직… 대전현충원에 안장
文대통령 “살신성인, 우리軍 귀감”

F-5E 전투기가 추락하던 순간 조종사의 눈앞에는 민가가 보였다. 민가를 피하기 위해 조종사는 결단을 내렸다. 그는 비상탈출을 포기한 채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았다. 전투기는 민가 인근 야산으로 떨어져 대형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지난 11일 F-5E 전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공군 심정민(28) 소령의 생전 막판 사투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공군비행사고대책본부는 13일 “항공기 진행방향에 다수의 민가가 있었다”며 “(심 소령이) 이를 회피하기 위해 비상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조종간을 끝까지 잡은 채 회피기동 중 민가 인근 야산에 충돌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공군에 따르면 심 소령이 탄 F-5E 전투기는 지난 11일 오후 1시44분쯤 경기 화성시 정남면 관항리의 한 야산에 추락했다. 당시 사고 기체는 수원 기지를 이륙해 상승하던 도중 좌우 엔진 화재경고등이 켜진 후 기수가 급강하했다. 심 소령은 관제탑과 교신 과정에서 두 차례 이젝트(Eject! Eject!·탈출하다)를 외쳤다. 그가 비상탈출을 시도했다면 전투기가 속절없이 민가를 덮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F-5 기종 비상탈출 좌석은 2013년 F-16 항공기와 동일한 신형 장치로 교체됐다. 심 소령이 비상탈출을 선언하고 추락하기까지 10초가량 시간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심 소령이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지만, 조종간을 손에서 놓지 않은 채 순직했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공군 F-5E 전투기가 추락한 경기도 화성시의 한 야산에서 군 관계자들이 12일 추락 동체 등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사관학교 64기인 심 소령은 2016년 임관했다. F-5를 주기종으로 5년간 임무를 수행하며 기량을 쌓아온 전투조종사다. 전투조종사로서 자부심도 남달랐다. 그는 생전에 “언제까지나 전투비행사로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공군은 전했다. 심 소령은 장교 11명을 배출한 ‘병역 명문가’ 일원이기도 하다. 심 소령이 신혼이었던 사실은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한다.

 

공군은 “심 소령은 지난해 11월 호국훈련 유공으로 표창을 받을 만큼 하늘을 사랑하고 공군인임을 자랑스러워했던 모범적인 군인이었다”고 애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통해 “고인의 살신성인은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표상으로 언제나 우리 군의 귀감이 될 것”이라면서 “그토록 사랑했던 조국의 하늘에서 영면하길 기원한다”고 심 소령의 명복을 빌었다.

 

심 소령의 영결식은 14일 오전 소속부대인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부대장으로 엄수된다. 고인의 유해는 같은 날 오후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F-5E는 공군이 운용 중인 항공기 가운데 가장 오래된 기종의 하나다. 심 소령의 목숨과 맞바꾼 이번 사고기도 1986년 도입돼 전투기 수명(30년)을 넘어 36년 동안 사용됐다. 공군은 전투기 규모 유지를 위해 노후 기체의 수명을 연장하며 사용하는 실정이다.


구윤모·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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