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는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로, 원래는 부정적일 때 쓰는 말이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은 많은 사람이 이 말을 긍정과 부정의 의미로 다 사용하는 현실을 고려해 긍정, 부정 가릴 것 없이 다 써도 좋다고 허용했다. 그런데 이 ‘너무’라는 말을 정말 ‘너무’ 많이 쓰고 있음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한 연말 방송사 시상식에서 연예인이 수상자로 호명되자 “너무 뜻밖이어서 너무 놀랐지만, 너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라고 소감을 얘기했다. 그는 이처럼 시종일관 ‘너무’라는 부사밖에는 사용할 줄을 몰랐다. ‘너무’ 대신 ‘정말’, ‘매우’, ‘무척’, ‘아주’, ‘대단히’ 등 다양한 어휘를 사용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너무’라는 말밖에 쓸 줄 모르는 사람이 그 연예인뿐만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대다수 국민이 하나같이 ‘너무’라는 낱말밖에는 쓸 줄 모른다. 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TV에서 인터뷰하는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금방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 국민이 ‘너무 증후군’에 빠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어쩌다 이렇게 한 가지 표현밖에 쓸 줄 모르는 국민이 되었는지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제부터라도 다양한 어휘를 구사해 표현력을 키워나갔으면 하는 마음 정말 간절하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