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주가 하락… 10만원 붕괴
카뱅도 3.4% 빠져 5만원 무너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멸공’ 파장
시총 하루에만 2000억원 증발

카카오그룹과 신세계그룹이 경영진의 주식 ‘먹튀’ 논란, ‘멸공’ 발언 등 ‘CEO 리스크’에 주가가 휘청이고 있다. 경영진의 돌출 행동으로 피해를 입은 개인투자자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 거래일 대비 1.66%(1600원) 하락한 9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0일 3.40% 하락(9만6600원)해 10만원선이 붕괴됐던 카카오 주가는 이날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카카오의 주가는 올해 들어 첫 거래일인 3일(1.78% 상승)을 제외하면 6거래일 연속 하락하거나 보합이었다.
카카오그룹 계열사 주식도 모두 부진한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3.42%(1750원) 하락한 4만9350원에 장을 마쳐 종가 기준 처음으로 5만원선이 붕괴됐다. 최근 하락세에 카카오뱅크는 시가총액도 23조4000억원으로 줄어 KB금융(24조9000억원)에 금융 대장주 자리를 내줬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실적 하향 조정 등을 근거로 카카오뱅크의 투자의견을 종전 ‘중립’에서 ‘매도’로, 목표주가는 8만2000원에서 5만2000원으로 각각 낮췄다. 카카오페이만 이날 0.67%(1000원) 상승한 14만9500원에 마감했다.
카카오그룹 주가의 하락세 시작은 빅테크 규제였다. 여기에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지난해 11월25일 카카오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된 이후 카카오페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보유 주식 23만주를 매각해 469억원을 챙긴 것도 악재가 됐다. 카카오 공동대표로 옮기면 스톡옵션 권리가 사라지게 돼 부득이하게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상장 한 달여 만에 경영진의 주식 매각을 두고 시장에선 ‘지금이 고점’이란 신호로 해석해 매도세가 커졌다.
결국 류 대표가 ‘먹튀 논란’을 이기지 못하고 카카오 공동대표직 자진사퇴 의사를 표명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그간 혁신을 내세웠던 카카오그룹의 기업 이미지가 추락했고, 카카오의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이 1557억원으로 기존 추정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면서 증권가들은 목표가를 낮추고 있다.

신세계그룹과 계열사들은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발언에 주가가 급락했다. 신세계 주가는 지난 10일에만 6.80%(1만7000원) 하락해 시가총액 약 2000억원이 하루아침에 날아갔다. 11일엔 2.58%(6000원) 상승한 23만9000원에 마감해 멸공 관련 리스크는 다소 진정된 상황이지만, 계열사인 신세계 I&C(2.72% 하락), 신세계인터내셔날(1.50% 하락), 신세계푸드(2.43% 하락) 등의 하락세는 진행 중이다.
정 부회장은 논란이 된 ‘멸공’ 발언을 자제할 것이라고 주변에 밝혔지만 여전히 아슬아슬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북한이 동해상에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했다는 기사를 캡처해 올리며 ‘OO’이라고 적었다가 게시물을 삭제했다. ‘멸공’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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