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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 “아무도 가보지 않은 교육의 길… 변화 만들 수 있다면 의미”[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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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12 06:00:00 수정 : 2022-11-02 10: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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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委 7월 출범… 유례 없는 기구
차기 대통령 누가 되든 독립성 보장을

수능 나올만한 문제 다 나와 수명 다해
사교육 시장만 커져… 출제방식 바꿔야

학력중심 교육서 역량중심으로 이동
특목고·자사고 이념 문제서 벗어나야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이 지난 6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육은 이념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재문 기자

10년 단위 등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교육과정의 연구·개발·고시와 학제·교원양성·대학입시 제도 등 주요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미래교육의 틀을 짜게 될 국가교육위원회가 오는 7월 출범한다. 입시제도를 비롯해 백년대계여야 할 교육정책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춤을 추고 정권의 이념성향과 입김에 따라 휘둘리면서 생기는 폐해를 막자는 취지에 따라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위원회로서 국가교육위가 설치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관련 법안 통과 당시에도 위원 구성의 편향성 우려 등 교육위의 독립성 침해 가능성에 대한 야당의 반발로 진통을 겪은 게 대표적이다. 여하튼 국가교육위가 대한민국 교육의 백년대계를 제대로 짤 수 있을지는 차기 정부의 과제가 됐지만,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교육기구의 탄생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국가교육위 출범의 산파 역할을 한 국가교육회의 김진경 의장은 누구보다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국가교육회의는 문재인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9월 설치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다. 국가교육회의 1기 기획단장을 역임한 뒤 2·3·4기 의장을 연임하며 문재인정부 내내 국가교육위 설립에 힘쓴 김 의장은 “반세기 넘도록 전혀 손대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교육 체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국가교육위 출범 자체를 높게 평가했다. 그는 다만, “교육위는 한국이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어서 운영 시스템 못지않게 설립 취지에 맞는 맨파워를 형성해야 성공적으로 갈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 걱정이나 우려가 상당히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김 의장과의 일문일답.

―교육위는 위원들의 역량과 함께 독립성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 야당은 독립성 침해를 우려하는데.

“개인적으로 위원회 법제화 과정에서 가장 크게 고민한 게 위원회(장관급 위원장 1명 포함 21명) 구성이었다. 교육계 내부에선 전문가 중심으로 가려고 했는데 나는 그렇게 하면 망한다고 봤다. 국가교육위는 학교와 기업(산업) 현장의 구체적인 요구나 경험, 지혜를 바탕으로 우리(교육)의 길을 만들어가는 기구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중등·대학 교원과 전문가뿐 아니라 중고생, 청년, 학부모, 지역을 대표하는 주민 등 다양성 있게 꾸리도록 했다. 아울러 위원회만으로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500명 규모의 국민 참여위원회를 둬 상시적으로 현장과 호흡하면서 중장기적인 교육정책을 논의하도록 했다. 이처럼 사회적 협의를 통해 정책을 다루는 방식이 달라지면 교육정책이 정치쟁점화하는 것도 상당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본다. 이 부분(사회적 협의 과정)을 충실하게 할 수 있는가가 교육위 성패의 중요한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교육정책이 이념형으로 제시되기보다 실사구시형으로 의제를 설정하면 교육위의 독립성 침해 논란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교육정책의 정치쟁점화는 이념 문제 탓이 컸다는 얘기로 들린다.

“사실 이번 정부까지는 그랬다. (역대 정부마다) 교육정책이 이념형으로 제시되면서 실제로 국민이 체감하는 것에 비해 너무 시끄러웠다. 정권마다 실속도 없이 이념 논쟁만 있는 큰 덩치의 교육정책을 내놓으면서 정치 쟁점화한 게 많았다. 국민들의 삶과 연관되고 (교육 수요자들이) 갈증을 느끼는 문제를 정책의제로 설정하면 이념형이 되지도 않고 정치 쟁점화가 될 일도 별로 없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교육위는 구성 못지않게 국민의 이해관계를 위해 실사구시형으로 얼마나 잘 운영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다.”

―현 정부의 외국어고와 자립형사립고 폐지 정책을 두고도 시끄러운데, 개인적으로 어떻게 보나.

“특목고와 자사고의 경우 이념 문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외고와 자사고 없애는 이유는 설립 취지와 달리 (‘좋은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교육에 치중하면서 중학교와 초등학교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외고, 자사고와 달리 이공계 인재 양성이 목표인 과학고는 살렸는데 같은 맥락에서 과학고 학생들이 의대 가는 것도 단순히 장학금, 학비 회수 정도가 아니라 훨씬 강력한 제재를 가해 막아야 한다. 아무튼 외고와 자사고가 의무교육까지 망친 건 사실이지만 외고는 무작정 폐지하기보다 다문화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아시아계 외국어에 특화된 학교를 남겨 지원해야 한다. 예컨대 베트남 어머니를 둔 학생의 경우 이중언어 교육과 베트남 현지 유학 등을 통해 우수한 인재로 양성하면 우리나라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런 취지를 살리는 외고라면 없애지 않아도 된다.”

―교육위 출범으로 교육부의 기능과 역할 조정은 불가피한 것 아닌가. 교육부가 교육개혁에 걸림돌이라고 지적한 적도 있는데.

“교육부가 어떻게 자기 머리를 깎겠나. (3월 대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게 될 텐데 교육부의 역할은 나눠져야 한다. 유초중등 업무 총괄은 교육부가 아니라 생활단위에 맞게 각 지역의 교육지원청이 중심이 되고, 시·도교육청은 인사와 재정 등에 관한 전문 지원단위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일선학교와 교원들의 잡무도 줄어든다.”

―교육부는 주로 고등교육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들린다.

“고등교육 직제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산업구조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데 우리 고등교육 체계는 경직돼 있어 빠른 변화를 못 따라 갔다. 또 고등교육 기능이 교육부뿐 아니라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없어서 직업교육을 비롯한 고등교육 분야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통제도 안 된다. 각 부처가 알아서 관리하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만큼 고등직업교육 부분에 대한 정비도 필요하다.”

―대입제도는 어떤 형태로 가야 하나.

“현재 수능은 문제가 많고, 한계가 왔다. 수능 도입(1994년) 초기엔 취지와 문항이 좋았다. 그런데 이게 30년 가까이 오면서 출제 방식이 뻔해졌다. 이미 나올 문제는 다 나온 상황에서 변별력을 가리겠다고 문제를 꼬기 시작했고, 그러다 결국 (2022학년도 수능 출제오류처럼) 사고가 터졌다. 지금 수능은 융합적인 문제를 묻는 것이 아니고 EBS 교재를 얼마나 잘 외웠느냐 경쟁으로 변질됐다. (고교 현장에서) 교과과정 일찍 끝내고 EBS(문제) 두세 번 돌려서 대학 보내는 식이다. 변별력 때문에 킬러문항 갖고 (당락이) 좌우되기 때문에 사교육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고난도) 문제 푸는 기술을 가진 사교육이 좌우해버릴 가능성이 높아졌고, 교육과정도 유명무실한 셈이다. 수능은 적어도 고교 교과과정이랑 일치시키면서 종합적인 수학능력을 묻되, 최소한 지금처럼 오지선다형은 안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논술·서술형을 도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일본도 논술형 시험을 도입했다 실패했다. 중국처럼 400자 논술이나 주관식, 혹은 20개 중 3개 고르는 객관식 문제 등을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미래교육을 위한 개정 교육과정은 어떻게 마련되고 있나.

“그동안의 지식은 교과서에서 본 내용이 기반이 됐다. 하지만 미래형은 그래선 곤란하다. 아이들이 학력중심에서 역량중심으로 이동하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할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진로와 직업교육을 엄격하게 구분한 형태가 될 것이다. 대입제도 역시 미래지향적인 취지를 살리면서 아이들의 진로나 자유성장 과정을 공적으로 담을 수 있게 제안하고 있다. 예컨대 교육과정의 20%, 즉, 월∼금요일 중 하루는 가정과 학교, 지자체 등 지역사회가 모두 참여해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을 제공하는 이른바 ‘지요일’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렇게 각자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과정에 대한 에세이를 쓰도록 하고 입시에도 일정 부분 반영하면 아이들이 주체되는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런 에세이는 누가 대신해서 써줄 수 없으니까.”

―여야 대선후보들에게 제언할 게 있다면.

“국가교육위가 출범하면 대통령이 편해진다. 그동안 교육정책 때문에 골치 아팠는데 이제는 교육위가 대신 총알을 맞아주게 되니까. 사실 교육부문이 이제까지 전략단위였던 적이 없었고, 산업 구조에 따른 인력양성 수단처럼 생각됐다. 그만큼 교육위는 전략단위이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해야 된다. 때에 따라서는 대통령과 다른 판단도 해야 하는데 쉬운 게 아니다. 어느 분이 대통령이 되든 교육과 관련해서는 교육위와 손잡고 가야 한다. 교육위에 개입하려 하기보다 (국가인권위원회처럼) 독립성을 보장해주고 지원해줬으면 한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충남 당진(1953년) ●대전고 ●서울대 국어교육 학사 ●서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 석사 ●한성·우신·양정고 교사 ●전교조 초대 정책실장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노무현정부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비서관 ●중국 쑤저우대학 초빙교수 ●국가교육회의 기획단장 ●국가교육회의 2·3·4기 의장

대담=이강은 사회부장, 정리=정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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