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에 사는 스님들의 궁터,
도피안사 한 채 세운다
구름 속 같은 거기,
그 궁전에서 잠들고 싶다
무심히 떠 흐르는 구름 끝자락을 붙잡고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이
부끄러워, 무거워 낯 붉히는
심장 한 조각,
소지 올리듯 검은 불티로 둥둥 떠
저 피안에 이르는
길을 묻는다
무無에서 무無로 가는 길을 찾는다

연말·연초가 되면 현세를 가리키는 말인 차안(此岸)과
이상세계인 피안(彼岸)을 생각하게 됩니다.
현실의 세계인 차안의 세계는 고달픔의 연속입니다.
우리는 고달픔으로 부끄럽고 낯붉히는 일을 저지르곤 합니다.
이러한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종종 피안의 세계로 넘어가길 꿈꿉니다.
양 어깨를 짓누르는 고통과 억압을 덜어줄 내 피안의 길은 어디인가?
잠들 때마다
잠 깰 때마다
무심히 떠 흐르는 구름 끝자락을 붙잡고
피안에 이르는 길을 물어봅니다.
구름은 답이 없고 결국 내 안의 내가
깨달음의 언덕인 도피안사로 갑니다.
비워야만 도달할 수 있는 내 마음의 도피안사로.
박미산 시인, 그림=림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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