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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백의자유롭게세상보기] 여성가족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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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10 23:25:34 수정 : 2022-01-10 23: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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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폐지” 공약에 젠더이슈 재점화
DJ 때 처음 정부 부처로 설립 후
인간 본연 특성에 집중·정책 고민
정치적인 접근 벗어나 유지 필요

불똥이 이상하게 튀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이준석 대표와 다시 한 번 손을 잡은 이후 가장 먼저 한 일 가운데 하나는 소셜미디어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를 남기며 젠더 이슈를 대선판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여성가족부로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인 상황이다. 어떤 이는 이미 형식적인 남녀평등이 이루어진 21세기에 더 이상 필요 없는 정부 부처이기 때문에 폐지가 당연하다고 주장하지만, 또 다른 이는 남성과 여성 간 사회적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기에 폐지는 시기상조라 주장하기도 한다. 어떤 의견에 따르든 대선 후보의 말을 통해 여성가족부가 이번 선거에서 하나의 논점으로 부상한 것만은 분명하다.

여가부는 어떤 부처이며 어떤 일을 하기에 대선 후보들이 그 존폐에 관심을 가지는가? 여가부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2001년 여성부란 이름으로 처음 정부 부처로 설립되었다. 우리나라에만 여가부가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세계 191개국이 여성정책 전담 국가기구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와 같은 독립 부처 형태를 갖춘 나라 역시 137개국에 이른다. 중간에 명칭이 바뀌기도 하였지만 2010년 지금의 여가부가 부처명으로 채택되었으며 여성정책 기획, 여성권익 증진, 청소년 및 가족 관련 정책을 주요 업무로 진행하고 있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사회학

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 인간이 역사를 통해 가장 오랫동안 지속해 온 사회조직인 가족을 부처명으로 정한 취지와는 달리 실제 여가부는 예산 규모의 기준에서 본다면 거의 존재감이 없는 부처이다. 2022년도 정부 예산안 604조원 가운데 여가부의 비중은 1조4000억원, 고작 0.23%에 불과하며 이는 서울대학교 예산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예산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은 한부모가족 지원(4331억원)과 아이돌봄 지원(2564억원)이며 정책 분야로 따지면 가족정책이 60%를 넘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여가부라는 명칭은 거창하지만, 실제 하는 일과 조직 규모는 타 부처에 비하면 대단히 적다. 여성이란 명칭은 부처 설치 후 계속 포함되었음에도 여성정책 자체의 비중은 오히려 가족의 돌봄과 지원에 비해 적은 상황이다. 또한 셧다운제(게임 이용시간 제한) 시행,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 배포 등의 과정에서 본래 의도와는 관계없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특히 현 정부에서 벌어졌던 광역단체장 성폭력 사건에서 당시 장관이 명확한 입장을 내지 못하며 부처의 존재 이유 자체를 비판받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여가부에 대한 비판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남성, 특히 가부장적 사회구조가 점차 해체되고 있는 저출생 사회에서 태어난 남성들에게는 일종의 역차별적 사회기제를 만드는 상징적 조직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사실 여가부의 실제 정책은 가족 부분에 집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서 폐지에 대한 국민청원은 계속되고 있으며, 실제로 여성의 지위 향상이나 안전 보장에 대한 정책도 효과적으로 시행하지 못하면서 괜히 젠더 갈등만 부추기는 부처로 낙인찍힌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다면 여성가족부는 이제 그 존재 의미가 사라졌는가? 여성부를 신설한 고 김대중 대통령 자신도 ‘여성부는 여성부가 없어지는 그날을 위해 일하는 부처’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여가부의 폐지는 역설적으로 남녀평등을 달성하는 성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또한 여가부를 폐지하자는 정치인들도 여성과 가족에 관한 관심 자체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다른 부처에서 더 효율적으로 여성과 가족에 대한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인간 사회에서 계층이나 집단의 완전한 평등을 정책을 통해 달성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만일 언젠가 상황이 바뀌어 남성이 오히려 차별받게 되면 그때는 남성가족부로 명칭을 바꾸는 촌극이 일어날 수도 있기에 여가부의 존재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여가부는 여전히 정부 부처로 존재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여가부는 단순히 여성과 가족을 위한 정책이 필요해 만들어진 부처이기 때문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직접 보살핀다는 정부의 존재 목적과 지향을 상징하는 부처이기 때문이다. 다른 정부 부처와 비교해 보았을 때 여가부처럼 역사와 문화 변동의 관점에서 인간의 본연적 특성 그 자체에 집중하고 정책을 고민하는 부처는 찾기 어렵다. 물론 다른 부처도 여성과 가족의 문제를 다루지만 시행하는 정책의 대상이나 수혜자로 바라볼 뿐 그 대상의 본질에 대한 고민은 미진하다. 그렇다 보니 부처의 독립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여가부는 다른 부처와는 분명히 구분되는 존재 가치가 있다.

지금 여가부가 받는 비판은 문재인 정권의 여가부 장관들이 범한 여러 정무적 실책, 그리고 정부 내에서도 여가부가 가지는 의미에 대한 공감이 부족했기 때문에 비롯된 측면이 크다. 하지만 여가부는 정치적 지향성에서 벗어나 타 부처와 활발하게 협업을 진행하면 작지만 영향력 있는 부처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여가부가 가지는 인본주의적 가치가 정부 전반에 확대되어 우리 국민의 삶이 더욱 나아질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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