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전용면적 7㎡는 넘어야
비상시 탈출가능 크기 의무화
열악한 주거 환경 개선 목적
고시원 월세 더 오를까 걱정도
앞으로 서울에서 고시원을 지으려면 최소 전용면적 7㎡에 창문이 반드시 달려 있어야 한다. 주거 환경이 열악하다고 꼽히는 고시원 여건이 조금이나마 개선되겠지만 월세 상승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고시원 거주자의 인간다운 삶과 안전한 거주환경을 보장하도록 최소 실면적 기준과 창문 의무 설치 규정을 신설한 건축 조례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서울시의회를 통과해 공포됐다고 4일 밝혔다.
조례에 따르면 개별 방의 면적은 전용면적 7㎡ 이상(화장실 포함 시 9㎡ 이상)이어야 하고, 방마다 창문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창문은 화재 등 유사시 탈출이 가능하도록 유효 폭 0.5m, 유효 높이 1m 이상 크기로 실외와 접해야 한다.
이 규정은 건축주 등 관계자가 준비 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개정안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신축뿐 아니라 증축이나 수선, 용도변경 등 모든 건축행위 허가 신청에 적용된다.
앞서 시는 2018년 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이후 고시원의 ‘최소 주거기준’ 마련을 위한 법 개정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국토부에서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6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함에 따라 이번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 개정된 건축법 시행령은 다중생활시설(고시원)의 세부 건축기준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 위임했다.
그동안 고시원은 최소 주거면적 기준이 법령에 없었다. 국토부가 설정하는 최저 주거기준은 부엌, 침실, 화장실을 모두 합쳐 1인당 최소 14㎡, 약 4평을 보장해야 하지만 고시원 등 주택 이외의 거처로 분류되는 집들은 예외 규정이 적용됐다. 도시형 생활주택 등의 공급 확대를 위해서였다.

그 결과 고시원 등의 주거 환경은 점점 열악해졌다. 한국도시연구소의 2020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고시원의 평균 주거면적은 7.2㎡이고, 절반 이상(53%)이 7㎡ 미만이다. 화재 시 대피 가능한 창문이 설치된 곳은 47.6%로 절반에 못 미쳤다. 고시원 거주자들은 생활환경 불편 요소와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소로 모두 ‘비좁음’을 가장 많이 꼽았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최소한의 공간 기준 마련으로 고시원 거주자들의 거주 환경을 개선하고 화재 등으로부터 인명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금도 부담이 적지 않은 고시원 월세가 더 오를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시원넷이 운영하는 서울 지역별 고시원·고시텔 가격비교 사이트에 따르면 현재 서울 고시원 시세는 월 평균 30만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대부분 주방과 세탁실 등은 공용 공간을 사용하며, 방 안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거나 건물 내·외부 창문 여부에 따라 가격은 더 올라간다.
고시원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20대 취업준비생 박모씨는 “고시원 방에 손바닥만 한 외부 창문이 있다고 7만∼10만원씩 더 받는 일이 흔하다”며 “전체적으로 또 고시원 가격이 상승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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