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양국에서 영업하는 기업들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이 중국의 인권 탄압을 이유로 기업들의 신장위구르 지역의 제품 사용을 문제 삼자, 중국은 자국에 진출한 서방 기업을 때리며 맞대응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테슬라 등은 중국 시장 공략 확대를 위해 신장 지역에 대리점을 개설해 비난을 사고 있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서방 기업들이 미국의 신장산 제품 사용 금지 조치와 중국의 애국주의를 동원한 기업 때리기 사이에서 전례 없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 등이 ‘외교적 보이콧’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올림픽 후원 기업들은 올림픽 마케팅을 놓고 고심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최근 강제노동 우려에 대한 대응으로 신장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하고, 미 행정부는 위구르족 인권 탄압에 관여한 개인과 기업들을 제재했다. 미국 등은 중국이 신장 지역에서 위구르족 등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민족 100만명을 강제수용소에 가두고 강제 동화를 시도하는 등 ‘종족 학살’(제노사이드)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유통기업 월마트 계열 회원제 마트 샘스클럽이 법안의 취지를 감안해 신장 제품을 취급하지 않았다.
이에 중국내 샘스클럽이 소비자 불매운동 표적이 됐다. 중국의 샘스클럽 전용 애플리케이션 검색창에 ‘신장’을 검색하면 ‘죄송합니다. 관련 상품을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공지가 뜬다. 월마트 측은 중국 언론에 재고 부족 문제라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중국 누리꾼들은 샘스클럽 매장에서 멜론, 건포도, 배, 대추 등 신장 농산물을 고의로 내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회원 탈퇴 등 불매 운동에 나서고 있다.

중국 반부패 당국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도 월마트 측에 “어리석고 근시안적”이라며 “국민 감정을 존중하라”고 이례적 경고를 보내는 등 중국 특유의 애국주의가 발현되고 있다.
의류·스포츠 브랜드인 H&M, 나이키, 아디다스 등도 지난해 비슷한 상황에 처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H&M과 나이키가 신장에서 생산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후 중국내에서 불매 운동에 직면했다. H&M은 지난해 3분기 중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 급락했고, 아디다스는 15% 감소했다.
베이징 올림픽 주요 후원사인 코카콜라, 에어비앤비 등은 올림픽 마케팅을 어디까지 할 지를 놓고 고민중이다.
미국 등 서방 일부 국가가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해 올림픽에 정부 인사 등이 가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올림픽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기엔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미국 등 서방 국가와 중국은 신장 지역 외에도 대만과 홍콩과 관련해서도 대립하고 있어 해당 지역과 관련된 기업들도 활동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지정학적 위기’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전기차회사 테슬라가 신장위구르족자치구 우루무치에 첫 자동차 대리점을 개설했다.
테슬라는 작년 12월 31일 회사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우루무치에 테슬라 센터가 공식 오픈했다”며 “우리는 2021년의 마지막 날 신장에서 만났다. 2022년에는 신장에서 전기차 여정을 함께 시작하자”라고 공표했다. 테슬라는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를 합쳐 모두 30개 지역에 대리점을 운영중이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친중 행보를 보여왔다. 머스크는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2018년에 상하이에 첫 해외 생산 기지를 짓는 대규모 투자를 하는 등 중국 당국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다. 테슬라가 지난해 생산한 전체 차량 중 절반 이상이 상하이 공장에서 제조되는 등 중국 내 사업 비중이 높다.
테슬라 외에도 독일 자동차회사인 폭스바겐도 우루무치 공장을 운영중으로 서방 단체와 정치인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제조업연합 스콧 폴 회장은 테슬라의 최근 조치에 대해 “신장에서 사업을 하는 모든 회사는 신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화적 집단 학살에 연루돼 있다”며 “테슬라의 행동은 매우 비열하다”고 비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