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올해 세계유산 관리 강화를 위한 영향평가 도입을 추진한다.
문화재청은 2일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세계유산 보호체계 정립을 위해 필요한 제도인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시행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대상·범위·절차 등 세부지침을 정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세계유산 영향평가는 개별 세계유산이 지닌 핵심 가치라고 할 수 있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가 잠재적 개발에 의해 받는 영향을 평가하는 것을 뜻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최근 세계유산위원회 논의에서 등재보다 보존·관리가 중시되고 있다”며 “도심 지역에 있는 세계유산 주변에서 개발 프로젝트가 증가함에 따라 세계유산 영향평가 도입이 권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 행위가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진정성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외국 사례를 보면 건물로 형성된 스카이라인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문화재청과 건설사가 ‘문화재 보호’와 ‘재산권’으로 가치충돌을 벌이고 있는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 관련 문제 역시 이같은 사례에 해당한다. 조선왕릉은 2009년 세계유산 심사에서 자연 친화의 독특한 장묘 전통과 능원조영 등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았으나, 검단신도시 아파트가 모두 완공된다면 계양산과 김포장릉이 단절되어 유네스코가 조선왕릉을 문화유산으로 등록한 이유가 사라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유네스코가 조선왕릉의 세계문화유산 자격을 박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견된다. 영국 ‘리버풀, 해양산업 도시’와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은 모두 도시 개발로 유산 주변 경관이 변화하면서 세계유산 자격을 박탈당했다. 반면 오스트리아 ‘빈 역사지구’와 독일 ‘쾰른 대성당’은 영향평가를 시행해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거나 관련 협의를 이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문화재청은 세계유산 영향평가와는 별개로 개발 행위가 문화재 보존과 경관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평가하는 ‘문화재 영향평가’도 도입하기로 했다. 내년까지 문화재영향평가법 제정과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2024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평가 대상은 우선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지표조사 사업으로 정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세계유산 영향평가와 문화재 영향평가 모두 설계 단계에 있다”며 “두 평가 제도가 충돌하지 않고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은 기후변화로 위험에 처한 자연유산과 문화재 보존 사각지대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지키고 활용하기 위해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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