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고 집행기준 재검토” 비판

신문·잡지 열독률 조사 결과를 놓고 조사 방식과 가중치 부여 등 잘못된 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정에 비해 신문 구독 비중이 큰 사무실 등 영업장 실태를 아예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가 광고 집행에서 한국ABC협회 인증 부수를 배제하고 열독률 등을 기준으로 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공정성 논란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31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전국 19세 이상 남녀 5만1778명을 대상으로 해 전날 발표한 ‘2021 신문잡지 이용률 조사’에 따르면 최근 1주일 동안 신문·잡지를 읽었는지를 보여주는 열독률이 13.2%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 대상 신문·잡지 3560개 중 응답자가 읽었다고 답한 매체는 302개였다. 조사기간은 10월11일부터 12월3일까지다.
이번 조사는 사무실과 상점 등 영업장은 빼고 가구를 방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신문을 봤다는 응답자 69.9%는 집에서 구독하고 있다고 답했다. 직장·학교 등에서 읽은 비율은 20.0%, 음식점 등에서 봤다는 비율은 5.8%이다. 2020년 조사에서 신문 구독 장소가 영업장 60%, 가정 40%으로 나타난 결과를 아예 무시한 조사 방식이다.
2020년 한국ABC협회의 유료부수 인증에서는 A신문이 B신문보다 약 16만부 높게 나왔다. 이번 조사에선 A신문 열독률이 B신문보다 0.19%포인트 낮게 나와 부실조사의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3월16일 한국ABC협회의 2020년도 조사결과에서 일부 언론사의 유가부수가 조작됐다고 발표하면서 제시한 통계와도 이번 조사결과가 너무 다르다.
한국ABC협회 조사에서는 C신문 유가부수가 116만2000부로 나왔다. 문체부는 실제로 65만6000부라서 50만부(44%) 정도가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이번 언론재단 조사에서는 C신문의 가구 구독률이 3.3977%로 나타났다. 이를 모집단 2034만3188가구에 대입하면 69만1200부가 나와 문체부 숫자와 9만부 차이가 난다. 상가 등 영업장에서 구독하는 독자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는데도 문체부의 유가부수 숫자와 비슷하다. 영업장 독자를 포함하면 유가부수가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구 독자와 영업장 독자 구성비는 신문사 영업전략이 달라 서로 차이나지만 대체로 50대 50 비율이다. 2020년 ABC협회 조사에선 가구와 영업장 비율이 각각 42.4%, 57.6%로 나타났다.
한국ABC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 “문체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한국ABC협회는 창립 이후 30년 넘게 쌓아온 명예와 신뢰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협회는 문체부의 엄중한 사과를 요구한다”면서 “언론재단의 조사가 신문독자 성향을 파악하는 자료로서 의미가 있다 해도 조사결과를 통해 많은 결함과 오류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유료 구독자와 식당 등 영업장에서 무료로 신문을 읽은 사람을 가중치 부여 없이 똑같이 간주한 점, 지방지와 특수지 등 조사대상 신문의 90% 이상이 열독률 0%로 나온 점 등도 이번 조사의 허점이다.
특히 경기지역 D신문의 경우 이번 조사에서 열독율이 0.0086%인 반면에 유료 구독률은 0.0117%로 조사됐다. 유료 구독률보다 열독률이 높게 나와야 하는 상식과 어긋나는 것이라서 납득할 수 없는 결과다.
언론학계에서는 단순히 열독률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정부 광고 집행 기준을 잡기 위해 실시한 조사인 만큼 가중치 부여 방식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국신문협회는 “발행 부수 4800여부의 신문이 열독률 조사에 포함된 반면 3만부를 발행하는 신문은 열독률이 0으로 나왔다”며 “대다수 지역 매체가 조사에서 누락되는 등 여러 문제점을 고려할 때 열독률에 바탕을 둔 정부광고 집행 기준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 언론학자는 “ABC협회 유료 부수와 함께 열독률을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등 명확한 매체 영향력 평가를 위해 정부, 언론계, 학계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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