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장남 도박’ 읍소… 尹 ‘아내 이력’ 일파만파
② 차별화·외연확장 역풍
李 ‘정책 뒤집기’·尹 ‘새얼굴 모시기’ 내홍
③ 제3지대 반사이익
安 지지율 상승세… 양강구도 균열 조짐
④ ‘범법 혐의자 대선’ 오명
李 ‘대장동 비리’·尹 ‘고발사주’ 의혹 여전
양강 구도를 형성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측이 그리는 ‘필승 시나리오’는 사실상 같다. 진영을 최대한 결집해 신년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중도층 맞춤형 정책을 내놓으며 설 여론조사에서 최대한 격차를 벌리겠다는 구상이다. 29∼30일 양일간 공개된 전국 대상 다자구도 여론조사에선 이 후보가 오차범위 경계 또는 밖의 격차로 윤 후보에 앞서는 결과가 다수 공개됐다. 오차범위 안쪽에서 경합 중인 여론조사도 비슷한 수로 집계됐다. 이 후보의 상승세가 뚜렷하지만, 아직 두 후보 사이 명확한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李·尹 뒤바뀐 ‘아킬레스건’
31일 정치권에선 대선 승패를 가를 핵심은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이, 윤 후보는 그간 상대방에 펼친 최대 공격 포인트를 고스란히 되돌려받는 등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대선 정국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윤 후보는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을 거치며 문재인정부 민심 이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내로남불’ 프레임에 휩싸였다. 윤 후보가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을 감싸는 모습이, 조 전 장관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자녀 입시비리 관련 재판 내내 ‘입시 현실과 관행’을 강조했던 모습과 겹치면서다. 검찰총장 재직 당시 조국 전 법무장관 자녀 허위 스펙 의혹을 수사하며 쌓은 ‘윤석열식 공정’에 균열이 생겼다.
결국 윤 후보는 지난 17일 공식 사과에서 “과거 제가 가졌던 일관된 원칙과 잣대를 저와 제 가족, 제 주변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해야만 한다”고 언급했다. 김씨도 26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김씨 허위 경력 의혹은 ‘집안싸움’으로도 이어졌다.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전 공보단장이 김씨 의혹 관련 당 차원의 대응 방침을 놓고 충돌해 둘 다 선대위 직책을 내려놓은 데 이어, 당 안팎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 대표를 저격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당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최근 윤 후보가 겪는 지지율 침체의 배경엔 내홍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후보는 장남 동호씨의 불법 도박 및 성매매 의혹이 불거지면서 ‘본부장(본인·부인·장모)’으로 대표됐던 윤 후보의 ‘가족 리스크’를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그간 형수 욕설, 혜경궁 김씨 등 또 다른 가족 리스크들은 앞서 이 후보가 치른 세 차례의 지방선거와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을 거치며 풍화를 겪었지만, 장남 관련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후보는 발 빠른 사실 인정과 공개 사과로 윤 후보와 차별화된 대응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선대위 안팎에선 “사과와 파장은 별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장남 관련 의혹에 대해 “성 관련 의혹, 수신제가 등 야당의 공세로 형성된 이 후보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증폭될 수 있다”며 “사과 외엔 별다른 대응 전략이 없다는 것 또한 문제”라는 우려를 내놓았다.

◆李 정책 유연성, 尹 인재영입 ‘역효과’
리스크는 외부에서 제기되는 각종 의혹 외에도 후보와 선대위가 추진하는 공약, 인재영입 등에서도 발생한다.
민주당 선대위 안팎에선 이 후보의 정책적 유연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청과의 협의가 필요한 정책을 사전 논의 없이 내지르거나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한다”며 여론 추이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거두어들이는 행보를 반복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음식점 총량제,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국토보유세 구상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권 최대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에선 ‘이재명 정부’의 차별화를 강조하기 위해 기존 정부 기조에 역행하려는 시도를 반복했다. 이 후보가 주장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내년 보유세 산정 시 올해 공시가 적용 등의 재산세 동결 방안은 현 정부의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하며 정책적 신뢰도 저하로 이어졌다. 당 일각에선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는 등 지나친 ‘실용행보’로 당내 노선 갈등을 유발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 후보 선대위는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공약을 발표하며 정책 대결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원희룡 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1월부터 최소 1주에 한 번씩 후보가 직접 공약을 발표한다”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다만 이 후보가 정책 이슈를 폭넓게 선점하며 ‘우클릭’을 해온 만큼 정책 후발주자인 윤 후보가 주도권을 가져오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선대위에선 인재영입을 둘러싼 내홍 조짐이 보인다. 윤 후보는 이준석 대표의 공개 반대에도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를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고, 윤 후보 직속기구이자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새시대준비위원회에선 이 대표와 젠더 갈등으로 맞섰던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수석부위원장을 맡게 됐다.
당내에선 20대 남성과 이들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정치인들 중심으로 반발이 일었다. 하태경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신 대표는 (우리 당 철학과) 그 핵심 차이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강성 페미로 젠더 갈등 유발자이고, 급진적 동성결혼 합법화론자이자 대책 없는 탈원전론자”라고 직격했다. 홍준표 의원 역시 신 대표 영입을 두고 “잡탕밥” “생각 없이 영입”이라고 혹평한 바 있다.

◆몸값 오르는 安…‘투표율 저하’ 우려도
거대 양당 ‘비호감’ 후보에 대한 피로감에도 좀처럼 반사이익이 미미했던 제3지대는 최근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특히 세계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여론 조사상 처음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양강 구도로 굳어진 대선판을 흔들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까지 나온다.
‘빅2’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지지율이 오를수록 안 후보의 완주 가능성이 커져서다. 진영 논리에서 이·윤 후보의 중간에 위치한 안 후보가 어느 쪽 표심을 빼앗아 지지율을 키워갈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안 후보의 중도 확장성에 주목한 거대 양당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앞서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김동연·안철수와 다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한 데 이어, 이 후보는 ‘협치·통합정부’를 언급하며 “가능하면 선거 과정에서 연합해낼 수 있으면 훨씬 낫지 않나”라며 후보 간 연대를 시사했다. 윤 후보도 안 후보에 대해 “한국 정치 발전에 역할을 많이 해왔고 상당히 비중 있는 정치인”이라며 “저와 안 후보는 이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열망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제3지대 무용론과 함께 거대 양당의 네거티브 격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거대 양당에 실망하고 제3지대도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는 스윙보터가 늘어날수록 대선판 불확실성은 커지면서 네거티브 공방이 빗발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로 인한 국민의 정치 불신과 혐오가 깊어지면 다시 스윙보터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저조한 투표율이 현실화하면 대선 이후 사회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선 정국에서의 진영 싸움이 그대로 재현될 수 있어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교양학부)는 “중도층이 더 늘어나 투표장에 안 가게 되면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그 여파는 상당할 것”이라며 “대선 후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역대 가장 낮은 투표율(63.0%)을 기록한 17대 대선에서 당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100일 만에 지지율이 10% 후반까지 폭락하며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진 쪽은 감옥行” 사법리스크 여전
20대 대선은 주요 후보의 정치적 운명이 사법당국에 맡겨진 전대미문의 ‘범법 혐의자 대선’이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안았다. 수사 결과에 따라 두 후보가 기소되면 대선 정국이 뒤흔들릴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홍준표 의원은 “이번 대선은 비리 혐의자끼리 대결하는 비상식 대선이 돼 참으로 안타깝다”며 “지는 사람은 정치 보복이라고 따질 것도 없이 감옥을 가야 할 것”이라고 관측한 바 있다.

이 후보를 옭아매는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은 국민의힘의 공세와는 별개로 주기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전 개발1처장 등 의혹 핵심 관계자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이들 죽음에 이 후보가 연관됐을 것이라는 ‘음모론’이 증폭하고 있어서다. 대장동 그림자는 앞서 이 후보가 ‘대장동 1인자’라고 불린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이 체포 당시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약을 복용했다는 사실을 전하고, 유 전 본부장이 체포 직전 이 후보 최측근인 정진상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과 통화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욱 짙어졌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극단적 선택과 관련된 유동규, 유한기, 김문기 등을 차례로 ‘대장동 넘버1∼3’으로 지칭하며 “(이재명표 정책의) 신뢰 등이 와르르 손상을 입는 효과까지 갈 수 있다. 도덕성, 정책 안정성 둘 다 손상이 갈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후보는 이밖에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상태다.
윤 후보는 본부장 의혹이 유효한 상태다. 김씨의 허위 경력 기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유흥업소 근무 의혹이 있다. 장모 최은순씨의 불법 요양병원 개설 및 요양급여 편취, 땅 투기,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 등이 제기됐다. 윤 후보 본인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 중인 고발사주 의혹,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여당이 제기하는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부실수사 의혹 등이 도사리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후보 의혹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의혹 가짓수가 많아 언제 어디서 발목을 잡힐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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