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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바퀴 움직이는 후륜 조향 기술… 차량 대형화 맞춰 속속 도입

입력 : 2021-12-28 01:00:00 수정 : 2021-12-27 16:5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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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바퀴가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동차는 원래 ‘앞바퀴’만 좌우로 움직이며 방향을 조정하고 ‘뒷바퀴’는 앞뒤로 구르며 속력을 제어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최근 자동차 제조사들은 회전 반경을 줄이거나 고속 코너에서 안정성을 높이는 ‘후륜 조향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제네시스, 편의성과 고속주행 안정성 ‘두마리 토끼’ 잡아

 

2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제네시스 G80 3.5터보는 전용 다이내믹 패키지에 ‘후륜조향 시스템’(RWS·Rear Wheel Steering)을 브랜드 최초로 적용했다. 주행상황에 따라 전륜 조향과 함께 최적의 후륜 조향각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이다.

 

원래 이 기술은 1960년대부터 논의가 시작돼 1980년대 일본차에서 주로 상용화됐다. 이때는 네 바퀴 모두 조향 된다는 의미의 사륜조향(4WS)으로 불렸다. 이후 BMW와 포르쉐 등에서도 도입됐으나 당시 기술력의 한계와 잦은 고장 문제로 주류 기술이 되지는 못했다.

현대차가 2007년 출시한 5세대 쏘나타(NF)에는 AGCS(Active Geometry Control Suspension)라는 옵션으로 판매됐다. 당시 뒷바퀴를 3도가량 조향해 고속주행 안정성을 높인 기술로 주목받았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는 못하고 사라졌다. 근래 차량이 커지면서 ‘후륜 조향’ 기술이 다시 고급차를 중심으로 탑재되고 있다.


제네시스에 적용된 RWS는 60㎞/h 이하의 저속 주행 시 뒷바퀴를 앞바퀴와 반대방향으로 움직여 회전반경을 축소한다. 지난 18일 시승한 이 차량은 전장 4995㎜에 달하는 대형 세단이었지만 유턴을 할 때는 전장 4900㎜의 쏘나타보다 짧은 회전반경을 보여줬다.

 

좁은 골목길에서도 뒷바퀴가 동시에 좌우로 움직이면서 선회하다 보니 평소라면 전진과 후진을 몇 번 반복하며 빠져나가야 할 길에서도 한 번에 회전할 수 있었다. 주차 시에도 회전 반경이 대폭 줄어 편의성과 민첩성이 높아졌다. 큰 차를 운전하다 갑자기 만나게 되는 좁은 골목이나 복잡한 주차장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었다. 다만 뒷바퀴가 물결치듯 움직이는 생소한 느낌에 처음에는 이질감이 들기도 했다.

저속 주행뿐만 아니라 후륜조향 시스템은 고속주행에서도 편리했다. 전륜과 동일한 방향으로 조향해 차량이 횡방향으로 미끄러지는 것을 억제하고 보다 빠른 차선 변경과 고속 선회 및 긴급 회피 상황에서 안정성과 차선 추종성도 높였다는 것이 제네시스 측 설명이다. 실제 고속 주행 중 차선 변경이나 코너링에 차의 민첩함이 크게 느껴졌다.

 

제네시스는 이달 출시한 G90에서도 ‘능동형 후륜 조향’ 시스템을 도입했다. 저속에서는 최대 4도, 고속에서는 최대 2도 범위에서 뒷바퀴가 움직인다. 원래는 긴 전장으로 인해 큰 회전 반경이 필요하지만 이 기술을 통해 중형차 수준의 회전 반경이면 유턴이 가능하다. 중·고속 구간에서의 선회 안정성과 민첩성을 높였다. 제네시스의 기함급 모델이 이 기술을 탑재한 제네시스는 앞으로 출시될 주요 차량에도 이 같은 기술을 확대할 방침이다.

◆S-클래스부터 ‘뒷바퀴’ 움직이기 시작한 벤츠

 

메르세데스-벤츠는 후륜조향 시스템을 ‘리어 액슬 스티어링’(뒤 차축 조향)이라고 부른다. 이를 통해 안정성과 민첩한 응답성으로 새로운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

 

지난 5월 시승한 더 뉴 S클래스는 고속 주행 시 차선 변경이나 좁은 회전구간에서 이 기능의 장점이 극대화됐다. 부드러우면서도 빠른 차선 변경이 가능했고, 짧은 폭의 회전 반경은 주차나 좁은 골목길 주행의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뒷바퀴의 조향각이 다른 차량에 비해 큰 편이지만 이에 따른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벤츠의 기술력이다.

 

벤츠의 이 기술은 전기 모터가 드라이브 벨트를 통해 리어 액슬의 축을 구동시키는 원리로 작동된다. 속도와 스티어링 각도에 따라 리어 휠이 프론티 휠과 같은 방향 또는 다른 방향으로 회전한다. 더 뉴 S클래스에서는 선택 사양으로 제공되는 이 기술은 조향각이 최대 10도에 이른다. 이에 따라 회전 반경은 최대 2m까지 감소한다.

전기차인 더 뉴 EQS에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 기본 사양으로 탑재됐다. 조향각은 4.5도로 차체 조작을 편리하고 역동적으로 만들어준다고 벤츠는 설명한다. 특히 향후 무선업데이트(OTA)를 통해 최대 10도까지 조향각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우디, 대형 SUV도 콤팩트 세단급 회전반경으로 줄어

 

후륜 조향 기술은 브랜드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아우디는 ‘다이내믹 올 휠 스티어링’으로 스포티한 조향에도 흘들림없는 안정감을 결합했다고 설명한다. 지난 6월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이 기능이 탑재된 아우디의 기함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 ‘RS Q8’을 시승했다.

이 차는 뒷바퀴가 5도가량 움직여 유턴할 때 회전 반경을 줄여주는 기술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이날 좁은 유턴 구간에서 전장 4705㎜의 세단 아우디 A5와 비교 시승한 결과 A5는 한 번에 돌지 못하는 좁은 코너를 전장 5010㎜의 RS Q8은 단번에 빠져나갔다. 연속되는 슬라럼 코너를 좌우로 주행할 때도 2460㎏의 공차중량이 무색할 정도로 좌우로 날렵하게 움직이며 기민한 성능을 발휘했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액슬의 움직임을 중앙 컨트롤 장치와 결합해 알고리즘을 통해 주행 속도에 맞춰 스티어링 동작을 최적의 각도로 변환한다”며 “이를 통해 조작 용이성, 안정성, 민첩성을 모두 잡았다”고 말했다. 아우디는 국내 판매 모델 중 대형 세단인 A8·S8, SUV인 Q7·Q8·SQ8·RS Q8에 다이내믹 올 휠 스티어링을 탑재하고 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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