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보다 100배 더 강력…약 12조원 투입
한 달 동안 지구서 150만㎞ 떨어진 곳 향해
5∼10년간 빅뱅 이후 우주 첫 별·은하 관측

‘우리는 어떻게 138억년 전 빅뱅(대폭발)에서 여기까지 왔는가.’
천문학에서 가장 오래된 질문, 우주의 기원에 대한 답을 구할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 성탄절인 25일(현지시간) 드디어 우주로 향한다. 1989년 허블우주망원경(HST)의 뒤를 이을 차세대 우주망원경으로 고안된 지 32년 만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JWST는 한국 시간으로 25일 오후 9시20분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의 기아나우주센터에서 유럽우주국(ESA) 아리안 5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나사·ESA·캐나다우주국(CSA) 공동 프로젝트인 JWST의 임무는 5∼10년간 빅뱅 이후 우주 최초의 별과 은하를 관측하는 것이다. 1960년대 아폴로 프로젝트를 이끈 나사 2대 국장 제임스 웹의 이름을 땄다.
임무의 무게만큼이나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하며 크고 비싼 우주망원경이다. HST보다 100배 더 강력하고 무게는 약 7t에 달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100억달러(약 11조8750억원)란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됐다.

JWST는 우주를 더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 가시광선이 아닌 적외선 영역을 관측한다. 이를 위한 근적외선 카메라 등이 장착됐다. 이 카메라는 주경에 모아진 빛을 유의미한 이미지나 스펙트럼으로 변환한다.
그간 발사가 수차례 지연되고 무산될 위기에도 처하는 등 난관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크기가 계획보다 두 배 커지면서 어느 로켓에도 실을 수 없게 됐다. 이에 나사는 지름이 6.5m인 대형 주경이 접힌 채 발사돼 우주에서 펴질 수 있게 만들었다. 주경은 벌집 모양으로, 금을 입힌 베릴륨 육각형 거울 18개로 구성돼 있다. 베릴륨은 가볍고 단단한 금속이다.
적외선 감지를 위해 태양 빛은 물론 지구와 달의 반사까지 차단할 차광막을 만드는 것도 난제였다. 가로 21m에 세로 14m로, 테니스장만한 이 차광막은 카메라 등 장비들을 차가운 상태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차광막 5겹 사이엔 열이 빠져나갈 수 있는 틈이 있다.
JWST가 작동하려면 여러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선 우주로 발사돼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 안테나와 차광막, 주경 등이 순차적으로 전개된다. 목적지인 라그랑주 L2 지점에 가는 데만 꼬박 한 달이 걸린다.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이곳은 지구 중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뤄 빛 방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무사히 도착한 뒤에도 적외선 기기 등을 식히고 테스트하는 데 5개월이 걸린다. 이르면 내년 6월 말쯤 임무 수행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우주망원경의 한 가지 단점은 문제가 생기면 지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수리나 정비를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과학계에선 JWST를 통해 블랙홀·암흑에너지·외계행성의 비밀과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한 실마리도 찾을 수 있기를 고대한다. 천문학자들은 JWST로 관측할 태양계 밖 외계행성 약 65개 목록을 만들어 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외계행성 대기 성분을 분석해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나올지 주목된다. 지금까지 은하계에선 외계행성 총 4878개가 발견됐다.
나사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의 존 매더 박사는 NYT에 “우리는 JWST를 만들기 위해 10가지 신기술을 개발해야 했다”고 돌아보며 “(JWST를 통해) 우리가 기대하지 않은 무언가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저명한 천체물리학자다.
한편 미 대학천문학연구협회(AURA)의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가 HST에 이어 JWST 관리·감독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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