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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의마음치유] 우리는 불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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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16 22:41:55 수정 : 2021-12-17 08:31:43
김병수 정신건강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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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애써도 남들처럼 되지 않는 것 있어
자신의 한계 알고 나만의 방법·목표 찾기 중요

세상은 우리에게 외친다. “간절히 원하면 당신이 꿈꾸는 모습으로 얼마든지 변할 수 있어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광고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이런 믿음을 전파하고 있다. 자기계발서와 동기부여 전문가, 유명 인사들이 유튜브에 나와서 “당신도 노력하면 나처럼 될 수 있어요!”라고 펌프질한다. 모든 인간은 ‘제우스의 자녀’이기 때문에 누구나 최고의 덕을 갖출 수 있다고 말한 고대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주장을 믿고 싶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애써도 숙달되지 않는 기술이 있다. 다짐하고 열망해도 얻을 수 없는 자질이 누구에게나 있다. 닮고 싶어도 내 것이 될 수 없는 삶의 방식도 있다. 우리에겐 한계가 있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다. 노력하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이 세상이 만들어낸 신화다.

“정신분석을 열심히 받으면 내가 싫어하는 내 성격도 고쳐지겠죠?” 내담자가 묻는다. “그럴 수 없어요”라고 담담하게 답한다. 그러면 이런 질문이 되돌아온다. “그렇다면 상담을 왜 받아야 하는 거죠?” 내가 대단한 정신과의사가 아니니 정답을 알려주진 못해도 심리치료 목표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생각을 들려줄 순 있다. “자신의 한계를 알아가는 것, 자기에게 어울리는 목표를 찾는 것, 그리고 그것을 향해 헌신하는 태도를 기르기 위함이죠.” 그리고 한 가지 더 덧붙이면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난 안 돼, 인생은 끔찍해’라고 원망하지 말고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기 위한 거죠.”

나는 어릴 때부터 체력이 약했다. 어머니가 정체 모를 보약을 챙겨주셨지만 그걸 아무리 먹어도 학교에서 달리기를 하면 번번이 꼴찌를 했다. 공부할 때도 쉽게 지치고 암기나 이해가 잘 안 되면 예민해지기 일쑤였다. 고등학교 때 같은 반에는 세계수학올림피아드 대회에 나가서 메달을 척척 따오는 친구들이 몇몇 있었다. 밤새워 공부할 체력도 안 됐지만 할 만큼 했는데도 그들처럼 되진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서너 시간 자고도 끄떡없이 공부하는 친구들처럼 될 수는 없어. 사진 찍듯 암기하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야. 그렇다면 약점을 나만의 개성으로 보완하자!” 이렇게 마음먹다 보니 학창시절부터 ‘남들이 하지 않는 것, 남다른 것을 하자!’가 내 삶의 지침이 됐다. 억지로 드러내려고 하진 않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면 “완벽하지는 않아. 하지만 뭔가가 있어”라는 인상이 들게끔 하고 싶었다. 나의 흠결을 인정하고 나니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나름의 생각도 또렷해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올빼미형 인간이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드니까 제시간에 출근하는 일은 못 해!”라고 체념해 버리는 운명론자처럼 굴면 안 된다. 지각 안 하고 개근하는 건 가치 있는 행동이다. 가능하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 하지만 노력만 하면 출근 세 시간 전에 기상해서 원두 갈아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책상에 앉아 고전을 읽은 뒤에 A4용지 한 장을 글로 거뜬히 채울 수 있는 종달새형으로 바뀔 거라고 믿어선 안 된다. 우리는 스스로를 단련하면 조금씩 더 성숙해질 수는 있어도 내향성이 외향형으로 바뀌거나 예민한 성격이 둔감해지지는 않는다. 열심히 운동하면 물렁살이 빠지기는 해도 낮은 콧대가 뾰족해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김병수 정신건강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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