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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고를 수 없는 문제” 판단… 이과 상위권 혼란 예상 [뉴스 투데이]

입력 : 2021-12-15 18:30:00 수정 : 2021-12-15 18: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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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생명과학Ⅱ 오류’ 파장

“정답 취소가 공익에 부합” 의견
“문제없다”던 평가원 항소 포기

과탐 Ⅱ 중 응시생 가장 많아
표준점수 1점 가량 하락 예상
등급 영향 등 입시 연쇄적 영향
전문가 “출제·검토 분리” 지적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소송을 낸 수험생 임준하(왼쪽)·신동욱씨가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법원이 15일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문항을 ‘명백한 오류’로 판단한 이유는 수험생들이 정당한 답을 고를 수 없을 만큼 문제 자체에 중대한 잘못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 오류 때문에 해당 문항이 대학수학능력 측정을 위한 수능시험 문제로서 변별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①문제 자체에 오류가 있는지 여부 ②오류가 있다면, 그런 오류가 수험생이 정답을 선택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를 가려내는데 있었다. 평가원은 문제에 주어진 조건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수험생들이 정답을 택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수능시험의 과학탐구 영역은 문제에 포함된 정보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추리·분석·탐구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출제자는 수험생들이 논리성·합리성을 갖춘 풀이 방법을 수립해 문제 해결을 시도할 경우 정답을 고를 수 있도록 문제를 구성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출제자의 의도에 정확히 부합하지 않더라도 수험생이 가진 지식을 활용해 문제 해결이 가능해야 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재판부는 “수험생들은 이 사건 문제 자체의 오류로 인해 정답을 선택할 수 없게 됐다”면서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한 수험생과 그렇지 않은 수험생 사이에 유의미한 수학능력의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 사건 문제는 대학교육 수학능력 측정을 위한 수능시험 문제로서의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결론내렸다.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정답 결정 취소 소송 선고 결과와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특히 정답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유지하는 것보다 공익에 부합한다는 판단도 내놓았다. 재판부는 “정답을 5번으로 유지한다면, 앞으로 수능시험 과학탐구 영역에서 과학원리에 어긋나는 오류를 발견하더라도 그러한 오류가 출제자의 실수인지 의도된 것인지 불필요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며 “수능시험을 준비하면서 출제자가 의도한 특정 풀이방법을 찾는 것에만 초점을 두게 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판결로 이과 상위권 학생들을 시작으로 수험생들의 입시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생명과학Ⅱ는 전체 응시생 44만8138명 가운데 6515명(1.5%)만 응시했다. 하지만 과학탐구 Ⅱ 과목 가운데서는 응시생이 가장 많다. 특히 이과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응시한 과목이다. 서울대, 카이스트 등은 과탐Ⅰ과 Ⅱ 과목을 반드시 응시해야 하고 생명과학Ⅱ을 특정해 가산점을 주는 의대도 있다. 입시업체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69점보다 1점가량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문제출제 기관과 문항 검토기관을 완벽하게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가원은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을 분리했지만 한 기관에 소속된 위원들끼리 문항을 살피다 보니 냉정하게 확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영 평가원 수능시험본부장은 “오류가 발견되는 부분들까지 검토 과정에서 찾아내지 못했다”며 “다른 이유들이 있는지 심도 있게 분석해 검토 과정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평가원이 교육부가 아닌 총리실 산하에 있어 교육부의 감독을 받지 않는 부분도 개선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은 교육부 관할이지만 평가원은 총리실 산하여서 지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능 자체의 생명이 다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소영 전교조 대변인은 “다양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객관식 문제로 정답을 정해 주려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학교에서도 딱 한 가지 답만 나오는 것을 가르치지 않고 다양성을 추가하는 방식의 교육이 요구되는 만큼 수능도 이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미영·정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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