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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빛보는 배우 이학주의 연기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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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04 10:25:10 수정 : 2021-12-05 10: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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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네임’ 카리스마 연기 이어
‘청와대로 간다’에서 모범생 순둥이
데뷔 이래 “누가 날 꺼내줄까” 고민도
꾸준한 연기 내공으로 빛보는 연기변신
“다음에 꼭 하고싶은 건 멜로”

이학주. 웨이브 제공

‘천의 얼굴’은 늦게 발견된다. 천 가지 표정을 보여줄 때까지 그만큼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 번만 곱씹어 보면 당연한 이야긴데, 그 이치는 쉽게 잊힌다.

 

“나는 이런, 이런 매력이 있는데, 왜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을까 생각이 들곤 했다. 누가 나를 꺼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도 그럴 생각이 없구나 싶었다. 그러다가 누가 ‘넌 이래서 괜찮아’라고 하면 기분이 좋아졌다가, ‘내가 정말 그런가’하고 스스로 의심했다. 내 매력이 뭔지는 나도 모르겠는데, 그러면서도 누가 다시 발견해주길 바랬다. 지금은 그런 이야길 들었을 때, 내가 많이 노력하면서 그 매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의 흐름이 생겨난 게 최근 2∼3년 일이다.”

 

데뷔 10년차 배우 이학주가 지난달 30일 언론 매체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최근 이삼년 라이징 스타로 부상했다는 평에 대한 소감을 묻자 한 말이다.

 

“실은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거든요. 오래 할 수 없겠다는 생각도 했고. 항상 어렵고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지금은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게 너무 신기하고, 유지하고 싶고, 보답하고 싶고, 실망하게 하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청 1위를 차지했던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네임’에 이어, 웨이브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상청’)까지, 그는 연이은 작품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인기 소감을 물었으니, 신이 난 답변이 돌아올 줄 알았지만 반대였다. 자신에 대한 의심보다 인정을 키우기까지, 자신의 능력을 한계짓기보다 믿어보기까지, 잘 못 될까 걱정하기보다는 노력하면 된다는 여유를 갖게 되기까지를, 그는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천의 얼굴이라 불리며 오래 가는 배우들이 보통 벼락스타에 비해 늦게 발견되듯, 이학주의 시간도 천천히 흘렀다. 2012년 데뷔 이래, 연극에서 영화로, 영화에서 방송으로 중심을 옮겨가며 조금씩 인지도가 높아졌다. 대중이 언제쯤 자신을 알아줄지 모른 채 버틴 시간 동안 쌓은 경험이 지금 그를 ‘변신에 능한 배우’, ‘인기를 누릴만한 배우’로 만들었다. ‘부부의 세계’에서 소름 끼치던 데이트폭력남의 흔적은 ‘마이네임’에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마이네임’의 카리스마를 뽐내던 조직 행동대장의 얼굴은 ‘이상청’에서 자신이 모시는 장관에게 종종걸음으로 다가가는 순둥이 비서관 얼굴로 변한다. 시청자들은 뒤늦게 그의 필모그라피를 찾아보고 놀란다. ‘이 사람이 그 사람이었어?’

 

이학주. 웨이브 제공

최근 그를 주목받게 한 표피적 계기는 ‘마이네임’에서 ‘이상청’으로 이어진 스타일이다. 영화 ‘킹스맨’ 속 영국 수트를 떠올리게 하는, 조끼를 받쳐 입은 양복이 워낙 잘 어울려서다. 배우 한소희, 박희순 등 ‘마이네임’ 출연진들과 함께 있는 모바일 메신저 채팅방에선 ‘이상청’을 본 동료들이 “일부러 또 스리피스 입고 나왔네”하며 놀렸다고 한다. ‘이상청’의 윤성호 감독은 “우리 작품에서 먼저 보여줬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고 한다.

 

그는 “의상에 대해 의견을 낸 적은 없고, 스리피스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는데, 몇 가지 수트를 입어보고 제게 제일 잘 어울리는 거로 제작진이 선정했다. 두 작품 다 서로의 영상을 본 적이 없는데, 공교롭게도 서로 선택한 게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인간 이학주는 그냥 편한 옷을 좋아하고 옷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있는 타입은 아니었는데, (의상 덕에 얻은 호응이) 신기하기도 하고, 앞으로는 이런 것도 잘 알고 있어야 작품에서 의견을 낼 수 있겠구나, 중요하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상청’의 김수진 비서관 역할을 준비하면서는 도서관에 가서 현직 국회 보좌진이 쓴 책 ‘나는 보좌관이다’를 찾아봤고, 미국 드라마인 ‘마담 세크리터리’ 등을 봤다고 한다. ‘마담 세크리터리’는 워싱턴을 배경으로 여성 국무장관이 주인공인 드라마로, 윤성호 감독도 작품의 주요 레퍼런스로 삼았다고 소개한 작품이다.

 

‘이상청’은 언어유희가 끌고 가는 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사량이 많고, 일상언어와는 다른 정치적 언어들의 말맛도 살려야 하는 드라마다. 그는 ‘이상청’ 촬영의 어려운 점을 물어도, ‘이상청’ 덕에 성장한 점을 물어도 대사의 속도를 언급했다.

 

“워낙 분주함과 리듬감이 있는 드라마였고, 그걸 맞추기 위해서 말을 빨리하려고 노력했다”는 그는 “대사 암기와 빠르기가 워낙 중요하고 어렵기도 해서, 거기에 완전히 빠져있었다”고 했다. 이어 “계속 외워도 잘 안되니까 암기해 놓은 대사를 자고 일어나 딱 눈 뜨자마자 바로 다다다 쏟아낼 수 있을 정도로 연습했다”고 했다.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스틸컷. 웨이브 제공

‘이상청’ 속 그는 지금까지 그가 여러 작품에서 선보인 모습만큼이나 복합적인 캐릭터다. 모범생 엘리트, 장관에 대한 일편단심만 가진 게 아니라, 미스테리한 가정사와 차정원(배우 배해선)과의 미묘한 관계 등 과거가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이다. 마냥 웃기기만 할 뻔한 드라마에 묘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극 중 김수진은 입체적인 인물이다. 차정원은 김수진에게 아버지도, 어머니도 다른 누나다. 복잡한 가족사가 있는 집안에서 눈치를 살피며 살았고 상황을 잘 알아채는 인물로 생각하며 연기했다. 킹메이커를 꿈꾸면서 이정은을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또 어떤 판단을 내려서 차정원에게 가는 것이다. 시즌2가 나온다면, 시청자분들이 궁금해하는 부분들이 더 풀렸으면 좋겠다.” 시즌2에 대해서는 “지금 배우들과 다 같이 하고 싶은데, 감독님께 다들 ‘제가 나오나요’하고 묻는다”고 소개했다.

 

과거 자신이 “한계의 인간이었죠”라며 웃는 그는 이제 한계를 지우는 배우가 되고자 노력 중이다. 차기작 ‘공작도시’에서 기자 역할을 맡았다. 그다음 제일 하고 싶은 장르로는 “청년 멜로”라고 꼽았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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