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이후 앞다퉈 파격 마케팅
소규모·개별여행 등 체질 개선 안간힘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주춤
호텔·항공업계, 당국 움직임 예의주시
지자체 “변화 부합하는 관광산업 개발”
변종 바이러스 장기화 우려 목소리 커
불안감에 해외여행 희망자는 25% 그쳐
숨은 명소·캠핑장 등 방문자 되레 급증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나선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오미크론’ 확산 조심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직접적 영향권에 놓여 있는 호텔, 항공사 등 지역 관광 업계는 기대했던 반짝 특수 대신 침체기가 또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는 동시에 코로나19 사태 종식 후 폭발적으로 늘어날 국내외 관광시장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지자체들은 코로나19로 소규모, 비대면, 개별여행 등 새로운 관광 콘텐츠가 떠오르고 있는 것에 발맞춰 활로를 찾는 등 체질 개선과 새 틀 짜기에 분주한 모양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오미크론 확산 등으로 우선 방역조치를 강화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지난달부터 시행된 정부의 ‘위드 코로나’ 국면에 맞춰 지역 축제나 관광 마케팅 활동 재개 등 계획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랜선투어·개별여행… 바뀌는 ‘관광 지형’
지자체들이 위드 코로나 이후 관광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관광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다. 2년여 멈췄던 관광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다. 충북도는 단체 관광객 모집 여행사에 버스 임차료를 지원하는 사업을 재개했다. 관광객 15명 이상을 모아 지역 관광지 2곳(유료 1곳 포함)과 식당 1곳 이상을 방문하면 버스 1대 기준 30만원의 임차료를 지원한다. 강원도는 최근 한국관광공사, 한국여행업협회 등과 함께 ‘위드 코로나 국제관광 재개에 따른 인바운드 관광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한국·싱가포르 간 여행안전권역(VTL)이 지난달 15일 시행된 이후 강원도를 찾는 외래관광객의 관광 편의를 높이고 방한 관광 재개의 문을 더욱 넓히기 위해 추진됐다. 강원도 관계자는 “점진적인 국제관광 재개를 겨냥한 선제적 대응의 일환으로 인바운드관광 활성화 및 방한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북도는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안전·안심 여행체험 1번지’로 조성하기 위한 관광지 방역과 음식점 시설개선 사업 등 수용태세 개선에 관광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도는 위드 코로나와 관광산업 재개를 대비해 전북관광 홍보 마케팅을 강화하는 동시에 청소년 동반 가족여행이나 소규모 개별여행 등 변화된 여행 환경과 트렌드에 맞춘 관광시책을 펼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랜선투어를 적극 활용하며 관광산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은 지난달 국내외 관광객을 위한 ‘봉준호 감독 영화’편 ‘봉벤져스의 서울 무비투어’, ‘킹덤’ 편 ‘어서와∼킹덤 투어는 처음이지?’ 등 총 2편의 랜선투어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경북도문화관광공사는 오는 6일까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경북도 랜선투어’(포스트 코로나, 당신의 다음 여행지는)를 진행해 멕시코, 미국, 프랑스 등 총 38개국에서 3만6000회 이상 접속하고 100여명의 외국인이 상품을 구매해 라이브 스트리밍 형식으로 여행을 즐겼다.

◆‘오미크론’ 확산에 속 타는 지역 관광업계
지난달 1일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가까스로 회생의 불씨를 살린 지역 관광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오미크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등장으로 여행 수요가 다시 감소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 전체가 사실상 ‘셧다운’되는 호된 경험을 한 차례 겪은 부산, 경주 등 지역 호텔업계와 항공사 등은 또다시 코로나19 공포에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지난 2일 국내에서 ‘오미크론’ 확진자가 확인됐다는 소식에 호텔업계는 기대하고 있던 연말 객실 점유율을 5∼10% 하향 조정한 채 방역당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산지역 호텔업계는 지난달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몰려든 내국인 관광객으로 객실 점유율이 예년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지역 호텔도 지난달부터 평일 예약률이 80%까지 올랐고, 주말에는 객실 예약률이 100%에 육박하는 등 코로나19 악재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켜는 중이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연말연시는 매출 비중이 높은 대형 연회와 행사가 몰려 많은 기대를 했지만 하필이면 이 시기에 ‘오미크론’ 소식이 불거져 더 원망스럽다”고 하소연했다.
항공업계도 국제 노선 재개를 재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에어부산은 지난달 지방공항에서는 처음으로 관광 노선인 괌 노선 운항을 재개했다. 내친김에 연말까지 사이판 노선도 재개했지만 오미크론 소식으로 다시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달 초 예정인 사이판 노선 취항을 보름가량 늦춘 상태며, 진에어는 베트남 다낭 취항을 하지 않기로 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더 상황을 주시해야겠지만, 최악의 경우 여행객들이 내년 초 예정한 관광상품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방에서 비대면 ‘안심’ 여행과 힐링을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강원도는 코로나19 방역과 여행이 공존하는 ‘안심 관광’을 핵심 콘셉트로 잡았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관광 트렌드는 ‘힐링’과 ‘비대면’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인구밀도가 낮은 동해안과 내륙 일부 지역을 찾는 비대면 관광 선호 관광객을 겨냥한 전략이다. 힐링 프로그램 등 비대면 관광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숨은 관광지를 육성할 방침이다.
경북 청송군은 비대면 관광 시대에 발맞춰 ‘산소카페 청송정원’을 조성해 개장 2개월 만에 1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았다. 군은 전국에서 가장 공기가 깨끗한 곳으로 선정된 청송자연휴양림을 중심으로 ‘산소산업단지’를 조성한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안전한 관광지를 추구하는 관광 트렌드에 부합하는 관광산업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머체왓숲길, 제주901, 가뫼물 등 웰니스(Wellness) 관광지 11곳을 선정해 지원에 나섰다. 기업연수와 수학여행 등 소규모 단체 관광객을 위한 연수탐방 프로그램인 ‘제주필드트립’을 공개했다.
경남도는 코로나19로 인한 ‘재택·원격 근무’ 분위기를 지역 관광산업과 연계해 눈길을 끈다. ‘휴가’(vacation)와 ‘업무’(work) 공간을 결합해 여행상품을 출시한 도는 ‘남해 바다로 출근 경남 워케이션’ 관광상품 기획전을 열고 있다. 도 관계자는 “휴가와 업무를 병행하는 근무 형태가 새로운 여행 추세로 인기를 얻으면서 지역 관광명소가 더 많은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류종우 영남대사회교육원 교수(경영학과)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관광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만큼 이에 맞는 새로운 관광콘텐츠 발굴에 집중해 자생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속도 못내는 관광 정상화… 국민 60% “국내여행 가고파”
“‘위드코로나’라고 해서 잠시 예약도 증가하고, 기대감도 컸는데 맥이 풀립니다.”
경기 성남시 한 여행업체 사장 A씨는 힘 빠진 목소리로 업계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워낙 상황이 안 좋아 더 큰 피해가 나올 것도 없다”면서 “여행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오미크론’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3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4000명을 넘나들고,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하면서 기지개를 켜는 듯했던 업계에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유럽 각국이 국경 폐쇄에 나서자 최근 관심을 모았던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고객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여행’ 욕구는 ‘해외여행’ 욕구를 추월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연구원이 지난 10월 20∼21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전환된 6개월 이내 여행 의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2.0%가 ‘국내여행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반면 해외여행 희망자는 25.5%에 그쳤다. 특히 구체적으로 해외여행 의사를 묻는 말에는 ‘없다’고 답한 비율이 46.8%에 달해 아직 해외여행에 대한 불안감이 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국내여행 선호도가 높게 확인되면서 향후 국내여행 수요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여행 경험을 묻는 질문엔 73%가 ‘국내여행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 때의 39%보다 1.87배 증가한 것이다.

관광으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위험성과 관련해선 ‘높다’(매우 높다+높다)는 의견이 15.9%로, 지난해 조사 때의 36.2%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수치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공개한 빅데이터 플랫폼 ‘한국관광 데이터랩’ 분석에선 이 같은 국내여행 욕구도 차별화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0년 전국 지역 방문자 수는 2019년에 비해 평균 18% 감소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관광지, 비대면 자연관광지, 캠핑장, 수도권 공원 등은 오히려 방문자 수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강원 양양(10%), 경남 밀양(7%), 인천 옹진(7%), 전남 고흥(6%)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성향을 반영해 경기관광공사는 지난달 수도권 5개 시·도가 모인 간담회 자리에서 국내 관광객 유치를 위해 경기도와 서울시, 인천시, 강원도, 충북도가 머리를 맞대 4대 관광벨트를 구축한 뒤 가상현실(VR) 투어 등의 공동사업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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