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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시대 꼬집은 ‘붉은 낙엽’ 다시 무대

입력 : 2021-11-25 22:00:00 수정 : 2021-11-25 20: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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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백성희장민호극장서
美 동명 추리소설 원작 각색
상반기 서울연극제 4관왕
올 상반기 서울연극제에서 4관왕을 차지했던 ‘붉은 낙엽’이 국립극단 초청공연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서울연극협회 제공

올 상반기 서울연극제에서 4관왕을 차지하며 대호평받은 ‘붉은 낙엽’이 국립극단 초청작으로 12월 8일부터 27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원작은 미국 추리소설 작가 토머스 H 쿡의 동명소설. 이를 ‘왕서개 이야기’로 지난해 연극가 주요상을 휩쓸었던 김도영 작가와 이준우 연출이 만들었다. 그간 역사 속에서 소외되었던 개인의 역사를 중심으로 한 역사극이나 창작극을 주로 선보여 온 두 사람이 처음으로 소설 각색을 시도하며 관객에게 깊이 있는 연극의 매력을 선사한 작품이다.

극에선 확인되지 않은 사실, 근거 없는 소문, 불안에서 시작된 의심으로 인한 비극적 사건이 벌어진다. 한 가정이 작은 의심으로 인해 붕괴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들 지미가 아동 실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거론되면서 균열이 생기지 않는 단단한 가정을 원했던 에릭과 그의 가족은 혼란에 빠진다. 에릭은 이번 사건에 더해 기존에 충분히 해명되지 않은 상태로 밀어놓았던 과거까지 끄집어내며 자신의 삶 전체를 되돌아본다. 에릭을 둘러싼 사건 하나하나도 흡입력 있게 전개되지만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거대한 폭풍 속에 휘말린 등장인물들의 세밀한 심리변화 묘사에서 이 작품은 진가를 발휘한다. 배우 박완규는 ‘진실을 알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혀 의심과 믿음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에릭 역을 맡아 내면의 감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지미 역의 장석환 배우는 누구에게서도 신뢰받지 못하는 소년의 억울함, 원망을 강렬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한다.

이준우 연출은 지난 5월 공연 당시 연출의 글에서 “단풍잎에 미세하게 박힌 반점들처럼 조금씩 자라기 시작한 의심의 씨앗이 어떻게 이들의 삶 속에 퍼져나가는지 보게 될 것이다. 그 모습을 통해 우리의 믿음은 어떤 토대 위에 있는지,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들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다”고 밝혔다.

국립극단 김광보 예술감독은 “최근 작품을 해체하거나 재구성하는 연극이 무대에 많이 오르는데 ‘붉은 낙엽’을 통해 오랜만에 탄탄한 서사를 기반으로 한 연극의 정수를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작품 속 의심으로부터 비롯된 참담한 결과는 불신이 팽배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각의 여지를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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