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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초과세수로 돈부터 풀고 보자는 정부 인식 안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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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23 23:19:31 수정 : 2021-11-23 23: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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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소상공인 등 민생경제 지원방안’을 확정했다.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에 따라 발생한 초과세수로 코로나19 장기화에 시름 깊은 국민 부담을 경감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5조3000억원 상당의 초과세수와 기정예산을 활용해 소상공인 등에 12조7000억원 상당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소상공인 손실보상에서 제외된 업종에는 8조9000억원 상당의 금융지원 등 9조4000억원의 지원 패키지를 제공한다.

초과세수는 당초 정부가 전망한 국세수입보다 더 걷힌 세금을 말한다. 정부는 지난 7월 2차 추경안의 국세수입 전망치 314조3000억원에 비해 19조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몫인 7조6000억원을 제외한 11조4000억원 중 5조3000억원이 이번 민생경제 지원 대책에 투입된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은 어제 브리핑에서 “5조3000억원 규모 지원은 행정부가 자체 기금 변경 등 행정조치를 통해 활용할 수 있는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초과세수 중 2조5000억원은 국채 물량 축소에 사용되고 나머지 3조6000억원은 내년 세계잉여금으로 넘어가게 된다.

국가재정법은 초과세수가 발생할 경우 ‘해당 연도에 발행한 국채 금액 범위 내에서 국채를 우선 상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남은 돈이 생기면 국채를 먼저 갚고 나머지 돈을 쓰거나 내년으로 넘겨야 한다는 취지다. 그런데도 정부는 남은 돈을 먼저 쓰고 나머지 돈으로 나랏빚을 갚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을 빚는다. 그조차도 앞서 발행한 국채를 상환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달 예정된 국채 발행 물량을 줄이는 방식이라고 한다. 안 차관은 “재정 여건과 국채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2조5000억원 정도가 적정규모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재정 건전성에 대해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경고음이 들리지 않는다는 말인가.

지원 대상 소상공인들도 불만을 표출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초과세수 전용 논란으로 지원 시기가 늦춰진 데다 현장의 피해 규모를 감안하면 지원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상공인 지원은 한시가 급한데 체육시설 저금리 융자와 저신용 소상공인 희망대출 확대분 등은 내년에 지원된다. 이번 민생경제 지원 대책은 재정 건전성과 정책 효율성 양 측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보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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