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진화 위해 중국 대변
당국, 펑솨이 내용 중국내 알려질 것 우려해 ‘단도리’ 나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미투’ 후 실종설에 휩싸였던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36)와 영상 통화를 한 것에 대해 ‘중국의 범죄에 가담한 꼴’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IOC가 ‘외교적 보이콧’ 분위기 확산에 따른 베이징 올림픽 실패를 우려해 중국에 면죄부를 주는 행동을 취했다는 지적이다.
23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앨칸 아카드 중국 연구원은 “IOC가 인권 유린 가능성에 대한 어떠한 눈가림에도 참여하지 않도록 극도로 주의했어야 했는데 위험한 물에 들어갔다”며 “과거 우리는 (중국에서)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말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여러 유사한 경우를 봐왔다”고 밝혔다.
아카드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특히 관영 매체들은 실종됐던 사람들의 진술을 조작하거나 그들에게 강요된 진술을 하게 한 전력이 있다”며 “IOC의 영상통화는 설득력이 거의 없었으며 펑솨이의 안녕을 둘러싼 우려도 별로 완화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국제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왕야추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IOC가 펑솨이 사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선전을 적극적으로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인권 변호사 니키 드라이든의 말을 인용해 “IOC가 외교적 보이콧 위험이 커지는 것을 완화하기 위해 펑솨이 사건을 ‘미디어 연습용’으로 다뤘다”고 전했다.
IOC가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을 진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를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펑솨이가 정말 자유로운 상태인지 여부와 성폭행 의혹 등은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HRW의 중국 담당 마야 왕 선임 연구원은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를 통해서만 펑솨이의 소식을 알 수 있다”며 “과거부터 중국 정부는 실종된 사람들의 비디오를 통해 그들이 무사하다고 보여줬는데 오히려 펑솨이의 안전을 걱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AP통신은 “IOC는 펑솨이가 등장한 화면을 바흐가 마주하고 있는 사진을 올렸지만 통화 영상은 공개하지 않았다”며 "펑솨이의 주장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후속 조치를 거의 제시하지 않은 IOC의 짧은 성명은 펑솨이 사건을 매듭지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펑솨이가 고위급 장가오리(75) 전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내용이 내부적으로 알려질 것을 우려해 ‘단도리’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23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대변인 정례브리핑 발표문에 전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펑솨이 관련 내용을 모두 뺐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는 중국내에서 VPN(가상사설망)이 없어도 접근이 가능하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전날 펑솨이 관련 질문에 대해 “이것은 외교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당신도 그가 최근 공개 행사에 참석한 것을 봤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홈페이지엔 이 내용이 없었다.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인 역시 펑솨이가 나타난 유소년 테니스 경기 동영상을 중국내에서 접근할 수 있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가 아닌 VPN이 있어야만 접속할 수 있는 트위터에만 올렸다. CGTN 역시 펑솨이가 무사하다는 사진을 트위터에만 올렸다. 웨이보에서는 펑솨이 미투 관련한 단어들의 검색을 막아놓은 상태다.
중국 내에서 펑솨이 사건이 알려지는 것을 막으면서도 대외적으로 펑솨이 실종설을 잠재워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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