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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권한 늘었지만 연이은 실책으로 신뢰 깎아 먹었다

입력 : 2021-11-23 07:00:00 수정 : 2021-11-23 08: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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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향한 여론 악화…문 대통령까지 질책성 입장 내놓아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초기 수사에 아쉬움을 남겼던 경찰이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과 신변보호 여성 피살 사건 등 현장 대응에서도 잇따라 문제점을 노출해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수사권조정으로 경찰 권한이 늘어났지만 존재감을 높이기는커녕 연이은 실책으로 신뢰를 깎아 먹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경찰을 질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비판 여론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3일 경찰과 뉴시스에 따르면 경찰청은 전날 김창룡 경찰청장 주재로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경찰 사건 대응을 두고 잇따라 논란이 불거지자 지휘부가 대응책을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 경찰청 간부와 각 시·도경찰청장, 부속기관장 외에도 전국 경찰서장 258명 등 총 350여명이 참석했다.

 

지휘부 회의에 각 지역 서장들까지 불러들인 것은 그만큼 경찰 내 위기감이 높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김 청장은 회의를 통해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에서 경찰은 위험에 처한 국민의 안전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로 사건 관련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 한편 문제의 원인을 철저히 파악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데 조직 전체가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경찰이 거듭 사과와 쇄신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모양새다.

 

인천 논현경찰서는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A씨를 구속 수사 중이다. 그는 지난 15일 오후 4시50분께 인천 남동구 한 빌라 3층에서 B씨 등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범행 현장에 경찰관이 있었음에도 피해를 최소화하지 못하고 되려 자리를 이탈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경찰 대응이 늦어지는 사이 피해 가족이 스스로 범인을 제압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서울 중부경찰서가 살인 등 혐의로 수사 중인 B씨 사건도 경찰의 현장 대응이 미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피해자는 5차례 스토킹 신고를 하고 신변보호까지 받고 있었지만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특히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로 구조 요청을 보냈음에도, 경찰이 엉뚱한 장소로 출동해 발견이 늦어진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높다.

 

앞서서도 경찰은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초기에 포착하지 못해 큰 비판을 받았다.

 

이미 지난 4월 화천대유에 수상한 자금 흐름이 보인다는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를 건네받고도 6개월 가까이 입건 전 조사(내사)만 했다. 대장동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지자 부랴부랴 사건을 재배당했는데, 당시에도 김 청장이 고개를 숙였다.

 

경찰을 향한 여론이 악화하자 문 대통령까지 전날 질책성 입장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경찰의 최우선적인 의무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인데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훈련을 강화하고 시스템을 정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잇따른 논란으로 김 청장의 거취까지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갖고 계신 사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이라면서 "(거취 문제는)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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