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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장동 4인방’만 기소… 꼬리 자르기 수사 논란

입력 : 2021-11-23 06:00:00 수정 : 2021-11-22 22: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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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배임 수사 일단락… “미흡” 비판
특검 도입 여론 속 출범 불투명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이른바 ‘대장동 4인방’을 모두 기소하면서 수사를 일단락했다. 그러나 성남시 ‘윗선’ 관여 의혹과 정관계 로비 의혹을 규명하지 못하는 등 수사 결과가 초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치권의 특검 도입론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22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57)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48) 변호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설계자로 꼽히는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53) 회계사는 핵심 공범이었지만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정 회계사가 수사 초기 자진 출석해 관련자들의 대화 녹취록을 제공하는 등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유동규(구속기소·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공모해 화천대유, 천화동인 1∼7호가 최소 651억원가량의 택지개발 배당 이익과 최소 1176억원 상당의 시행 이익을 챙기게 하고 공사에는 그만큼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유동규, 김만배, 남욱(왼쪽부터). 뉴시스

검찰은 이들 재판에 대비하면서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등 ‘윗선’ 관여 의혹과 곽상도 전 의원의 금품수수 의혹 등 각종 정관계 로비 의혹의 사실관계도 살펴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력과 의지를 의심받는 상황에서 특검에서 수사의 결말이 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여야 논의 등을 감안하면 ‘대장동 특검’이 출범해도 내년 3월 대선 전까지 수사 마무리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1827억+α’ 배임 입증 과제… 로비 의혹은 손도 못 대

 

검찰이 22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5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를 기소하면서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검찰은 진전된 게 없는 ‘윗선’ 및 정·관계 로비 의혹 규명을 위한 수사를 계속 하기로 했지만 사안에 따라 여야 유력 대선 후보들이 연관될 수 있고 대선에 미칠 파장을 감안하면 제대로 파헤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검찰 수사의 성과를 꼽자면 김씨 등 3명의 배임 혐의 액수를 ‘651억원+α’의 택지개발 배당 이익과 ‘1176억원+α’ 상당의 시행 이익으로 정리한 점이다. 택지개발 배당이익과 시행이익을 합한 ‘1827억원+α’로 배임혐의 액수를 구체화한 게 성과라면 성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배임혐의와 액수를 법정에서 입증하고 처벌로 이어지게 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한 전직 검찰 관계자는 “배임 액수가 크면 수사성과도 큰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실제 법정에서 (검찰이) 꼼꼼하게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 모습. 연합뉴스

검찰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윗선’ 개입이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선 의미 있는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수사 초기부터 핵심 공범인 정 회계사의 녹취록과 진술에 크게 의존하면서 정작 성남시와 관련자들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 등 객관적 물증 확보를 소홀히 한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팀의) 실력과 의지 모든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으로 보였다”고 꼬집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김씨 등의 사건을 앞서 구속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형사합의22부(재판장 양철한)에 배당했다.

 

대장동 4인방 기소로 한숨을 돌린 검찰 수사는 앞으로 고위 법조인 출신을 포함한 정·관계 로비와 윗선 의혹 규명에 집중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며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엄정하게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화천대유 측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거액을 받았거나 받기로 약속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명단에 거론된 곽상도 전 의원과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역할을 규명하는 게 우선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키를 쥐고 있던 성남시와 성남시의회를 상대로 한 로비 의혹도 규명 대상이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10월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관련 화천대유의 ‘50억원 약속 클럽’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이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얼마나 관여했는지도 규명 대상으로 거론된다. 검찰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대장동 의혹 간 연관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여권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 당시 대장동 대출 건이 제외된 것을 두고 당시 주임 검사였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봐준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대장동 사업 초기 민영 개발을 추진한 시행사 ‘씨세븐’의 전 대표 이모씨를 소환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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