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사태로 시선 국외로 돌려
내치에 이용… ‘EU 문제아’ 탈피도

최근 벨라루스와 이주민 문제로 충돌한 폴란드가 이번 사태를 국내정치에 이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유럽연합(EU)의 문제아’ 이미지도 탈피하는 모습이라고 21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폴란드의 법과정의당(PiS)은 극우 성향으로 2015년 총선에서 중도좌파 정부를 몰아내고 집권했다. 2019년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근래 들어 지지세를 빠르게 잃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제난에 더해 낙태금지법을 강행하면서 거센 반발 여론과 부딪혀야 했다. 이달 초만 해도 낙태 합법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항의집회가 폴란드 곳곳에서 잇따랐다.
폴란드는 나라 밖에서도 시끄러웠다. 지난달 말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폴란드의 사법개혁을 문제 삼아 일일 100만유로(약 13억3000만원)씩 벌금을 내라고 판결했다.
이 같은 내우외환 속에 벨라루스가 폴란드 국경으로 이주민을 몰아내자 모든 관심이 이주민 문제로 쏠렸다. 낙태금지, 경제난 등으로 불리해진 집권 여당으로서는 시선을 국외로 돌릴 기회였다. EU 외교관계위원회의 폴란드 책임자 피오트르 부라스는 “여당은 의회에서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며 “이번 이주민 갈등은 국내 정치적 의제로 여당에 상당히 유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대로 진보 성향의 야당은 여당보다 국경 안보에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없어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고 덧붙였다.
폴란드는 이번 기회로 EU 내 존재감도 높이고 있다. 그동안 사법부와 언론 통제로 EU의 경고를 받으며 ‘폴렉시트’(폴란드의 EU 탈퇴) 우려를 키웠던 것과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셈이다. 싱크탱크 카네기유럽의 주디 뎀프시 블로그 편집자는 “국경 위기는 폴란드가 주권을 강하게 지킨다는 모습뿐 아니라 유럽 전체를 수호한다는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날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벨라루스를 맹비난하며 폴란드뿐 아니라 EU 국경을 사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정부는 30년 만에 유럽을 흔드는 가장 중대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폴란드는 벨라루스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EU의 국경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은 폴란드가 (벨라루스의) 목표였지만 내일은 독일,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등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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