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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난동 경찰 대처 두고 갑론을박…“명백한 업무 수행 실패” VS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입력 : 2021-11-22 07:00:00 수정 : 2021-11-22 10: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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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부적으로는 자성의 목소리 높은 편

층간소음 갈등에 이웃집 가족에게 흉기 난동을 부린 혐의로 40대 남성이 구속된 가운데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이 피해를 막지 못하고 자리를 이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다.

 

경찰 수뇌부가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인정한 가운데 경찰관들 내부에서는 명백한 업무 수행 실패라는 자성과 총기사용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21일 경찰과 뉴시스 등에 따르면 경찰관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최근 인천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한 의견 표명이 이어지고 있다.

 

의견 개진은 경찰 내부망인 '폴넷'보다는 다른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고 있다. 폴넷의 경우 실명으로 의견을 내야하는 만큼 익명성이 보장되는 곳에서 보다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현직 경찰관들이 많이 사용하는 한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사건 관련 글이 꾸준히 게시되고 있는데, 현장 경찰관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한 글쓴이는 "칼든 사람을 보고 경찰이 도망갔다. 그냥 무조건 경찰 잘못"이라며 "쪽팔리지 않느냐"고 썼다. 또 다른 이는 "경찰이 무서워서 범죄를 피하느냐. 제복입고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했다.

 

반면 개인을 비난하기 보다는 조직 차원에서의 구조적인 문제를 언급하는 의견도 나온다.

 

"물리력 사용에 대한 권한은 꽁꽁 묶어두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과 희생을 (개인에게) 강요하는 지휘부를 욕하고 싶다", "나라를 위해 몸 받쳐 순직했을 때 이 조직과 나라가 그들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등이다.

 

또 다른 글쓴이는 "현장 인력을 줄이고 기동대, 지방청 인력을 늘려 지휘권 확립에만 몰두하는 조직으로서는 비슷한 사고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며 "지금도 수많은 현장 경찰관들이 밤이슬 맞으며 고생하는데 무능한 조직으로 취급당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다만 경찰 내부적으로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 보인다.

 

서울에서 근무 중인 한 경찰관은 "누구나 당황은 할 수 있는 상황이겠지만 대응이 아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심정으로 보면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조직 차원에서는 "망신"이라는 말도 나온다.

 

논란의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15일. 인천 남동구 한 빌라 4층 주민인 A씨는 아래층 주민들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자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 범행으로 40대 주민 B씨는 중상을 입었고 남편 C씨와 딸 D씨도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하기 전 이미 경찰관 2명이 현장에 출동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일었다.

 

A씨가 흉기를 들고 내려온 당시 경찰관 1명이 피해 가족 2명과 함께 있었음에도 범행을 막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경찰관은 1층에 있던 동료에게 지원요청을 하기 위해 자리를 벗어났고, 다른 곳에 있던 C씨가 A씨를 제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17일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됐지만, 경찰이 범죄 현장에서 이탈했다는 점을 두고 논란이 확산했다.

 

이에 송민헌 인천경찰청장은 지난 18일 홈페이지와 SNS을 통해 사과문을 게재하고 "시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은 인천경찰의 소극적이고 미흡한 사건 대응에 대해 피해자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피의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별개로 현재까지의 자체 확인 조사된 사항을 토대로 철저한 감찰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2명은 대기발령 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사과에도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피해자를 버리고 도망간 경찰 파면요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한 고발장이 경찰에 접수돼 업무 처리 등을 두고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인천논현경찰서장이 소속 직원의 관리감독 등 직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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